살인 청바지

 

※ 스포일러 있음

 

 OTT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까진 영화를 거의 안 보던 사람이었기에 당연하게도 영화제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상업 영화를 선공개 하기야 하겠지만 대부분 독립 영화일 것이고, 못 본 영화들도 많은데 그런 영화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올해 BIFAN(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포스터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여느 때와 같이 신나게 인터넷을 하다가 이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정말 강렬했다. 부산이고 부천이고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영화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부천 영화제는 주로 고어/공포 쪽을 많이 소개한다고 한다. 그것도 이 포스터를 보고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포스터를 6월에 접하고 그때부터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영화를 하는지, 표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매일 매일 들어가 확인하고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일을 마치고 첫 영화를 보게 되었다. 첫 주자는 바로 <살인 청바지>이다.

 

 

영화 장르 구분 아이콘

 

 영화 소개에 포스터는 따로 없고 제목과 소개글, 장르 구분표시와 스틸컷 정도가 다였는데 이 스틸컷이 참 인상 깊었다. 스틸컷만 보기에 B급을 넘어 C급 영화라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이건 안 보고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여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였다. 무엇보다 고어와 코미디가 같이 붙어있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 말할게요 영화를 재밌게 보셨고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간단합니다. 새 옷을 사는 일을 줄이시면 됩니다. 이 간단한 실천만으로도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현재의 환경 위기에 무척 중요한 기여야 될 거예요. 

 

 허무맹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이 영화는 패스트 패션과 소비자들을 속이고 좋은 기업인 척 하는 악덕 중의 악덕 기업들을 꼬집는 이야기였다. 

 

 목화솜을 따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키라트를 기업이 이미지를 위해 쉬쉬하고, 그 영혼이 깃든 청바지가 CCC 직원들을 무차별로 죽인다. 이를 본 신입이 경찰에 알리려 하지만 승진에 눈이 먼 크레이그는 직원을 죽이면서까지 이 사건을 묻으려 한다. 이 이기적인 굴레를 보며 기업이 참 보는 눈이 있구나 느꼈다. 본인과 판박이를 아주 잘 뽑으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이 토막 나고 죽은 것을 보고도 어찌 저리 태연한지... 고어한 장면보다 이 남자의 욕망이 더 역겨웠다. 그런데 현실에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게 참 슬펐다. 

 

 키라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려 했던 슈루티와 리비가 죽으며 영화가 끝난다. 누군가에겐 다소 허무한 결말일지 몰라도 세상에 밝혀지고 끝나는 것보단 밝히지 못하고 끝난 이 결말이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노동착취와 비리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도 최소한의 소비를 실천하고 있지만 구매하는 물품들 중에서 내가 미처 거르지 못한 기업들도, 대체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들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더욱 고심하여 물건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자 친화 기업을 다른 말로 하면 노동력을 미친 듯이 갈아 쓴다는 말이 되는데 우리는 역지사지를 생각하지 않고 소비하고 있다.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오고, 음식도 식지 않게 배달해주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게 맞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사람을 갈아 쓰고 아픈 것도 눈치 보이는 직종에 몸을 담그고 있어서... 애초에 쓰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이 여유롭게 기다릴 줄 아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왕 이면 배달도 줄이고요... 산책하며 받아오는 재미도 있는데... 나부터 많이 노출시켜서 전파해야겠다...

 

 쓰다보니 또 쓸데없는 얘기만 구구절절... 어쨌뜬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다. 원래 리뷰 개 밀려 쓰는데 다들 많이 봐주면 좋겠어서 보자마자 리뷰 쓰는 중... 근데 내 리뷰 보고 영업당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ㅎㅎ.. 진짜 생각한 건 많았는데 정리가 잘 안돼서 엄청 쓰다 지운 건데도 이모양이다...  ㅠ 언젠간 잘 쓰겠지 뭐... BIFAN에서 찜해둔 작품이 4개 정도 남았는데 재깍재깍 리뷰 써서 한 명이라도 더 접하게 하는 게 목표다 파이팅... 하나는 잘 쓰겠지..? 노력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