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엽

※ 스포일러 있음

 

 

 추리물이라는 것만 듣고 보게 된 연극인데 추리물이기 때문일까? 단어와 어투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는 게 연극적 요소를 잘 사용한 느낌이라 재밌었다.

 

 아들이 근처 사는 미혼모의 아이를 케어해 준 날 아이가 사라졌기에 유력 용의자가 된다. 부모는 초반엔 고슴도치 처럼 아이를 감싸지만 드러나는 진실에 점점 아이를 의심한다. 그리고 제 가족들의 숨겨진 비밀들까지 점차 밝혀지며 아버지는 더욱이 아들을 의심한다. 

 

 사람을 극한까지 몰기에 위협을 느낀 이들은 분노하고, 떠나고, 자결을 택한다.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 주인공인 아버지가 더 잘 따지고 불같이 화를 내는 연기를 해줬더라면 나도 숨 막히고 더 쫄리는 느낌을 받았겠지만, 우유부단해서 늘 미루게 된다는 아내의 말을 생각하니 은근하게 의심하며 사람의 신경을 긁는 아버지가 질려서 소통을 포기한다는 디테일도 어울리지 않지는 않아서 난 괜찮게 봤다.

 

 아들만 물어뜯기에 아들이 진짜 범인은 아니겠구나 생각했지만 피자배달부가 왜 용의선상에 오르지 못했을까 싶다. 잠깐 데려다주었던 삼촌과도 얘기를 했었으면서... 이미 아들을 범인으로 낙인찍었기에 주변인물만 조사했던 것이겠지?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아들만 캐내고 빨리 진실을 밝히란 뉘앙스로 대한다.

 

 아들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비밀을 만든 것이었지만 결국 파탄되는 가정을 보며,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며 빨리 밝힐 순 없었던 걸까... 어떻게 보면 의리있는 순애지만 어차피 말할 거였으면서... 자신이 자신을 죽인 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정말 재밌는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