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 스포일러 있음

 

 

 <101 달마시안>을 재밌게 봤고 그 당시에도 악당이었던 크루엘라를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따로 속편을 낼만한 스토리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상상한 <크루엘라>의 스토리는 <조커>처럼 그녀가 모피를 입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풀어낼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씩 비건이 늘어나는 추세기에 정말 그런 내용은 아니겠지 싶었지만 내 딸린 머리로는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안 났다. 여하튼 모피를 입는 크루엘라의 인생이 궁금하지 않아 절대 볼 일 없겠다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보게 된 이유는... 옷이 예쁘다는 후기가 정말 많아서 혹했다. 결론적으로 안 봤으면 정말 땅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래"

"모든 것이 이해가 되네"

 

 복수가 진행 될 수록 인성이 나빠져가는 에스텔라를 보고 진짜 왜 저럴까 싶었는데 대사처럼 에스텔라의 복수 대상인 남작부인이 자신을 낳은 엄마란 것을 알게 됐을 때 정말 친구들의 대사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키워준 어머니 덕에 조금이나마 성질을 죽이고 살았지만 쌈닭 같던 성격과 놀라운 감각은 제 엄마를 쏙 빼닮았다. 남작부인 본인이 그 말을 내뱉었을 때는 모든 것을 자신의 덕으로 돌리는 것 같아 재수 없었지만 피는 못 속이는 구나를... 느꼈다. 에스텔라 야 미안... 그래도 네가 엄마보다 훨씬 낫다는 건 꼭 말해주고 싶어...ㅎㅎ

 

 그래도 남작부인 손에서 키워진 에스텔라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어쩌면 어머니를 보고 질려서 패션의 길을 걷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스텔라가 산전수전을 겪고 저 사람을 짓눌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좀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패션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모든 옷이 좋았지만 크루엘라가 남작부인을 방해하러 왔을 때 입은 옷들이 메세지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첫 사진부터 나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첫번째는 차 밑으로 벨트 같은 것으로 차 문을 못 열도록 막은 뒤 긴 드레스로 차를 덮는다. 크루엘라가 남작부인을 짓밟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 보였다. 두 번째 사진은 의상도 의상이지만 메이크업이 인상 깊었는데 남작부인은 지는 해고 자신이 패션의 미래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쓰레기 더미에서 나온 마냥 여러 옷감을 엮어 만든 드레스는 자신이 밑바닥 출신이라는 것을 나타내는듯했다.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의상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퍼포먼스도 너무 좋았고 내 출신이 좋지는 않지만 내가 너를 짓밟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garbage fashion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작품을 직접적으로 본 것은 처음이라... 너무너무 좋았다. 영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퍼포먼스가 정말... 최고다...

 

 키워준 어머니와 똑같이 절벽에서 밀리게 되지만, 잘 재봉된 치마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멋지고 크루엘라다운 메시지를 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옷도 화려하고 예뻐서 좋았지만 패션으로 유쾌하고 복수를 한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진짜 죽인건 아니지?"

 

 제목이 <크루엘라>인 만큼 달마시안과 모피가 빠질 수 없었다. 크루엘라는 남작부인이 키우던 달마시안 세 마리를 납치했고 그 뒤에 흰 바탕에 검은 점박이 무늬가 있는 의상을 입고 나온다. 실제로 달마시안을 죽이지 않았지만 비슷한 패턴을 입고 나옴으로써 상대방의 심리를 무너트린다. 나도 정말 그 아이들은 죽여서 입은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게 아님을 알게 되니 정말 멋지게 짓누르는구나 싶었다.ㅋㅋㅋㅋㅋ

 

 엠마 스톤의 작품을 <이지 에이> <크루엘라> 딱 두 편 봤는데 두 작품 다 너무 좋았다. 캐릭터도 주체적이고 스토리도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엠마 스톤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작품이라 좋았다. (딱 한 달 전에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