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왁스

※ 스포일러 있음

 

 

 유명한 작품이라 이름은 익히 들었는데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유추해봤을 땐 누군가가 사람을 살해하고 왁스로 시체 유기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시체는 지박령이 되어 왁스 범벅의 형체로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약간 흔하디 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냥 누군가 죽이고 왁스를 쓴다는 것 밖에 맞은 게 없었다 ㅎ 다행인 거겠지… 내가 쓴 내용이었으면 재미없었을 테니까…

 사람을 잡아다가 박제를 하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샴쌍둥이에게서 벗어나는 이 작품은 공포게임을 연상케했다. 한 번 잡혀서 박제될 위기에 처했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벗어나고 그들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위급한 와중에도 두고 온 친구들을 걱정하는 게 착하다면 착한 거겠지만… 그러니까 죽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근데 안 죽음 ㅎ) 도망갔어도 다른 형제에게 잡혔을 것 같아 결론적으로 다행이긴 했다. 그래 니들이 주인공이니까 맘대로 해라…

 친구에게 이 영화를 보고 있다 했더니 친구가 다 보고 유명한 장면이 어딘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보는 내내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가 생각한 장면은 박제된 주인공의 남자친구를 구하려고 얼굴에 붙은 왁스를 뜯어내는 장면이었다. 뜯어낼수록 피부 안에 혈관(?) 근육(?)이 드러나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건지 눈이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스릴 있는 장면이라곤 생각했지만 비주얼적으로 인상 깊은 장면은 따로 있어서 이게 아닌 줄 알았다… 어쨌든 스릴 있는 장면이었기에 나도 좋게 본 장면이었다.

 내가 생각한 장면은 두가지였다. 첫 번째는 어릴 때 분리 수술을 마친 샴쌍둥이가 죽으면서 다시 합체되는 장면. 두 번째는 모든 게 왁스인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던 강아지. 앞이 비주얼적으로 인상 깊었다면, 이 장면은 살아있는 생명이라곤 자신과 남자 친구뿐이 없을 것 같은 집에서 왕! 하고 사람을 놀래키는 부분이라 사람들이 놀라서 인상 깊지 않았을까 추측해봤다. 나도 쟤는 왜 살아있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ㅎ

 첫 번째 장면도 유명한 장면이라고 하긴 했다. 재밌는 게 이 장면 바로 앞에 주인공이 쌍둥이를 피해 다니면서 한 방에 들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 앞에 이것저것 놔둔다. 개중에는 샴쌍둥이 왁싱 작품도 있었다. 벽도 바닥도 전부 왁스로 만들어진 집이라 문도 왁스였다. 그 문을 쌍둥이 1이 칼로 자르며 들어오는데 샴쌍둥이 작품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낸다. 한 명은 완벽하게 분리되고 다른 한 명은 눈 쪽에 구멍이 난 형상으로 잘린다. 두 형제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하는 게 나중에 얼굴이 나오니 마음의 준비하라고 하는듯하여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마을에 사람이 있는 척 위장하는 커튼 여닫이 시체기계(?)를 마주한 장면, 쌍둥이 2를 피해 교주 치마 속에 들어간 장면 등등 재밌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엄청 무서운 장면은 없었지만 진짜 동물 박제도 이렇게 하나?라는 생각에 살짝 오싹해졌다. (알고 싶지 않다..^^)

 아직도 못 본 작품이 많은데 과거 작품부터 천천히 도장깨기하고 현대로 얼른 돌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