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보통의

※ 스포일러 있음 

 

 

 웹툰 원작의 작품인 것은 알았는데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아 찾아보지도, 보러 갈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못 보고 내려가나 싶었는데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너무너무 심심해져서 웹툰을 찾아보게 됐다. 여러 편 중에 한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토록 보통의>는 우주에 가는 것이 꿈인 제이와, 제이가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운 은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설명만 들으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 같지만 읽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어 흥미가 생겨서 뮤지컬까지 보게 되었다.

 웹툰만 봤을 때도 은기 캐릭터는 정말 별로였는데 뮤지컬로 보니 더 더 별로였다. 여자친구인 제이가 평생 꿈을 이루게 됐는데 그것을 온전히 축하해주지 못하고 자신보다 더 높이 올라갈까 봐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나 추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을 떠나는 게 싫다는 사랑꾼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 마음이 맞았다면 제이가 자신의 복제 로봇을 두고 갔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아야 맞는 것 아닐까? 처음엔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여자 친구의 노력에 고마워하고 자신 때문에 그랬다는 사실에 미안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은기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을 속이고 우주에 갔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자신만을 보고 자신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은기만을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이의 복제 로봇 곁으로 갔다. 자신보다 뒤쳐져서 자신에게 매달리는 여자 친구가 갖고 싶었던 은기의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역겨웠다.

 제이는 은기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예전부터 가기로 약속했던 ‘니스’에 다녀오자고 한다. 은기는 진짜 제이가 없었던 시간에 제이의 복제 로봇과 다녀왔고, 진짜 제이가 제안했을 때 다녀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제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던 거면 이미 너인 줄 알았던 복제 로봇과 다녀왔다고,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복잡하다고 말을 해야 맞는 게 아닐까? 파면 팔 수록 그지 같은 은기다.

 제이가 집에 놓인 액자를 보며 ‘니스… 다녀왔었구나’라고 말을 할 때는 내 마음이 다 미어졌다. 어쩌다 그런 그지같은 남자를 사랑해서 돈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마음고생만 한 제이가 안타깝다. 그래도 결국엔 은기를 놓아주는데 성공하여 (본인은 진짜 은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은기 자체도 복제 로봇이었다. 제이는 은기 로봇을 초기화시킨다.) 통쾌했다. 은기가 로봇인 걸로 밝혀졌을 때도 로봇끼리 끌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기의 DNA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 은기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무는데 오래 걸리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아무렇지 않게 멋진 삶을 살 제이를 응원한다! 제이야 행복해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