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흥미 있어하는 건 관심을 갖고 보는 편이다. 이 작품도 그랬다. 좋아하던 사람이 좋아하던 작품이라기에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어서 보게 되었다. 뮤지컬 - 영화 - 책 발행 역순으로 봤는데 다 보고 나니까 책을 본 뒤에 뮤지컬을 볼 걸 후회감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니 감상보다는 이해를 먼저 해야 해서 편하게 즐기지 못했다. 특히나 이 작품은 감상을 더 중시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뮤지컬을 먼저 얘기하자면 무대가 정말 예뻤다. 특히 바닥이 열리고 수선화가 드러나던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뒤에 건물 배경으로 쓰인 무대 재질이 거울처럼 비치는 재질이라 수선화의 노란 빛이 벽까지 닿는데 모든 세상이 수선화로 가득 찬 기분이 들었다. 영화도 정말 예뻤지만 무대가 주는 힘을 정말 잘 활용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윌의 어린 시절 방이나, 제니 힐의 집도 예쁘고 에드워드의 마지막 가는 길도 무대를 깊게 써서 정말 좋았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수선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놓친 부분이 많을 거라 뭐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난 일단 왜 제목이 빅 피쉬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아 이래서 빅피쉬구나' 알게 됐지만 왜 갑자기 물고기가 나오는지 납득이 어려웠다. 발음이 잘 안 들렸나... 그러나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려는 아들의 모습은 잘 나타나서 좋았다. 다 보고 나서 느낀 건데 정말 한국스럽게 바뀐 느낌이 많이 들었다. 초반에 아들이 말하지 말라는 걸 얘기하는 아버지는 정말이지... 한국 아침드라마를 보는 기분처럼 짜증스러웠달까.. 그래서 솔직히 왜 저런 사람을 이해해야 하지 답답함이 든 건 사실이다. 그냥 너무 철없고 답답한 아버지 같았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어른 아닌 어른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그래... 알아서 해라 라는 마음이 더 많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과장되게 표현된 부분이 많아 어린이극 느낌이 강하다. 마녀나 거인... 서커스 단장... 대위인가 정확히 역할이 기억이 안 나는 그 분... 난 그게 좋긴 했는데 거인 볼 때 당황스럽긴 했다. 좀 지나서야 발견했는데 거인 오른쪽에 (객석에서 보면 왼쪽) 사람이 앉아서 거인의 입을 조종하고 있었다... 그걸 봤을 때의 충격이란... 근데 후반인가? 인형의 입을 사용하지 않고 본체가 직접 나서서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누구한테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그 부분은 뭔가 깊은 내면의 소리를 표현한 것 같아서 오히려 과장된 부분이 더 좋았다.

 

 넘버는 마녀 솔로가 제일 좋았다. 재즈스러워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른 넘버는 딱히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잔잔했던 것 같다. 수선화도 그렇고... 그래도 뭐 <빅 피쉬>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평행세계의 블룸을 본다는 느낌으로 봐도 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개도 다른 부분들도 있고 하니까 그냥 저 세계의 블룸은 저렇게 살았구나 구경을 해본다는 자세로다가!

 

 다음은 책! 책은 분량이 적기도 하고 호흡 자체가 짧아서 읽기 수월했다. 아는 내용을 되짚는다는 느낌이 있어서 더더욱 그랬고. 뮤지컬과 영화를 본 다음에 봤기 때문에 비교를 하며 읽었는데 전체적으로 비슷했지만 영화와 뮤지컬이 더 가깝고 책이 제일 달랐다. 뼈대는 같지만 빠진 부분도 있고 같은 내용도 다르게 풀어내기도 하고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위에서 썼듯이 셋 다 다른 세계에 사는 블룸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뮤지컬이나 영화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책은 아버지를 다 이해한 뒤에 아들이 아버지의 무용담을 순서대로 담아낸 느낌이 강했다. 아버지의 과거/현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회상하는 느낌? 그런 느낌으로 읽었더니 더 별개로 느껴진 것 같다.

 

 셋 중에 영화가 제일 재밌었는데 확실히 시각적 효과가 제일 잘 써져서 좋았다. 책에서 읭스러웠던 제니 힐과의 관계도 덜 답답하게 풀어내 줘서 좋았고 아버지의 무용담이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영화적으로 풀어내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막 엄청 좋다! 인생 작품이다! 이런 느낌을 주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어 좋았다. 에드워드 블룸과 앤 셜리가 만났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