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 스포일러 있음

 

 아들에게 있지도 않은 병이 있다고 믿게 만들어 정신적 고통을 준 부모가 '치료'라는 명목으로 사이비 교주에게 데려가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였다.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일라이는 계속해서 헛것을 보는 빈도가 잦아진다. 귀신들이 일라이에게 계속해서 같은 단어(LIE)를 보여주는데 초반에는 쟤네들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누구 편에 서있는 건지 알 수 없어 긴장감 있어 좋았다. 그런데 그거 빼곤 다 좋지 않은 영화였다. 

 

 겉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깔끔했던 영화 속 저택처럼, 미스테리에서 사이비로 장르가 바뀜에 따라 내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 비밀이 사이비일 수는 있지... 그런데 일라이가 사탄의 모습으로 변해 자신을 괴롭혔던 가짜 의료진들과 아버지를 죽이는 모습이 너무 별로여서 경악했다. 특히 의료진 셋을 뒤집어 공중에서 빙빙 돌게 만드는 장면은 정말... 어이없었다. 영화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 따위 알고 싶지 않아 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어머니에게 자신에게 왜 이런 짓을 했냐 묻는 장면이 있었다. 어머니는 주어만 쏙 빼놓고 빙빙 둘러말하는데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 뭐... 딱 이 영화 수준에 맞는 답답한 멘트라 어울리는 것 같았지만 뭘 말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말을 안 해주니 그냥 어머니도 죽이는 게 내 속은 후련할 것 같았다. 

 

 영화를 되게 오래전에 봤는데 지금 쓰면서 다시 속이 갑갑해졌다. 얼른 밀린 리뷰 다 쓰고 정말 재밌는 영화를 보고싶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