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라이트 이어

 

※ 스포일러 있음

 

 

 어린 시절 나는 토이스토리를 보고 자랐다. 그때는 토이스토리에 큰 감흥이 있지 않았지만, 나중에 커서 보니 장난감들의 삶을 담은 이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꽤나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장난감들의 주인이었던 어린 앤디에 빙의하여 <버즈 라이트이어>를 보게 된다. 

 

"혼자 할 수 있어".............................

                                           "함께 가자"  

 

 

 마블 영화에 절여진 우리에게 이 영화는 익숙하다. 미숙한 다른 사람들을 믿을 바에 능력 있는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애초에 그곳에 갇힌 것도 '함께'하지 않아서였다. '혼자'보다는 '같이' 해내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러준다. 어린 앤디가 그것을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비행에서 우주복에 있던 날개를 펼치고, 우주선의 궤도를 수정하는 장면에서 크게 벅차올랐으리라. 

 

 버즈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을 바라보며 과거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로 인해 생겨난 또 하나의 버즈(이하 늙은 버즈). 자신보다 50년 더 늙은 버즈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함께 과거로 가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바로 과거로 갈 것 같았지만 젊은 버즈는 동료의 후손이자 현재의 동료가 된 친구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 과거를 바로 잡으면 그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 자아의 의견 대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참 재미있었다. 동료들이 일구어온 시간들을 지키는 것과 동료들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첫 실험에선 나의 결과만을 기다렸겠지만 그 이후에 나갔을 때 이곳에서의 탈출을 간절히 바랐다면 다른 우주선으로, 다른 에너지를 연구하여 조금이라도 더 시간 절약을 하지 않았을까? 장비의 부족으로 불가능 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결국 그곳에 적응하여 새 삶을 살아간다. 거듭된 실패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후손들에게 '탈출'이란 것은 남의 얘기다. 그들의 후손은 이곳이 고향이고 집이니 버즈의 도전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 실험 중단을 선언했겠지... 영화에선 (약한) 빌런의 역할을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선택도 아니라 마냥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쓰면서 생각해봤는데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상황에 맞춰 행복을 적립해온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다 없던 것으로 만드는 건 너무한 것 같다. 나 같아도 젊은 버즈의 선택처럼 과거로 시간을 돌리기보단 현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 현실의 내 문제라면 당장 과거로 돌리겠지만... 100년이 지난 버즈의 인생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모든 것을 잃지 않고 1995년의 앤디와 손쉽게 교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 여행도 모든걸 잃지 않고 쉽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그런 것까지는 되지 않을 테니 저게 실제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것 같다.

 

 이쯤되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앤디는 왜 삭스 인형은 갖고 있지 않을까? 버즈만큼 비중 있는 캐릭터인데 멋짐보단 귀여움이 커서 그랬을까? 나중에 설정을 붙여 만든 영화겠지만 저렇게 귀여운 고양이 인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매우 큰 설정 오류로 보인다. 이런 경우엔 과거로 가서 토이스토리 1에 삭스 인형을 다시 만들어 넣으라고 하고 싶다. ㅎ

 

호불호가 꽤 갈리기에 예매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뻔한 스토리긴해도 그 시절에 이 정도면 정말 재밌게 봤을 것 같아서 괜찮았다. 쿠키 영상에 후속작이 나올 것처럼 나왔는데 솔직히 그건 궁금하지 않다. 앤디와 교감을 하고 싶어서 본 것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매우 매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