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프레니아

※스포일러 있음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풍경을 해치는 ‘대형 유람선’을 없애버리기 위해 수요자인 관광객들을 겁주어 다시는 못오게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이 담긴 이 영화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살인자들 답게 관광객도 아름답게 죽이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손쉽게 볼 수 있는 영화처럼 ‘예쁘지 않게’죽는 장면도 여럿 나와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전부 가짜입니다! 거짓이에요!”

 

 베네치아 길거리에서 관광객을 하나 잡아 죽일 때도 정해진 연극인 것처럼 사람들을 속여 범행을 벌인다. 그 말을 듣고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다소 잔인한 길거리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은 진짜 피같은 연출에 감탄하며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의도 한진모르겠지만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지나치는 현실과 겹쳐보여서 더 기괴하게 보였다. 

 여러 공포 영화를 감상하면서 극장에서 일어나는 영화를 보고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극장이 나와 반가웠다. (내가 원하던건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였지만 ㅎ) 무대 상부에서 미친 살인마 삐에로와 육탄전을 벌이다 작화 배경을 거는 도구로 추정되는 갈고리에 양 손이 찔린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시체를 일행이 있는 무대 쪽으로 떨어트려 꼭두각시 극을 보여주듯 갈고리에 찔린 손을 이리저리 흔드는데 그 장면에 탑조명이 하나 떨어지면 얼마나 예뻤을까 생각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옛날 극장이라는 설정이라 어둠속에서 육탄전을 보인게 살짝 많이 아쉬웠지만 꼭두각시장면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무대 장비는 잘 몰라서 많이 쓰진 못하겠지만 현대 극장에서 이런 일을 벌인다면 어떤게 미적으로 소비될까? 장비 매다는 배튼에 시체를 걸어 그 그림자를 다채로운 색으로 보여주는 것? 이건 예전에도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새롭지 않은 것 같으니 조금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생각해봐야 할듯하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영화 초반에 역병 의사 가면을 따라 들어간 비밀스런 파티 장면이었다.그들이 베네치아에 도착했을땐 카니발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옛 복식을 입고 가면을 썼다. 그들이 간 미친 파티에선 밖에서 보지 못 할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속옷만 입은 맨 몸에 하네스를 착용한 것은 보고싶지 않았지만 그걸 잊을 정도로 기괴한 가면들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가면들이 내 마음에 쏙 들어 가슴이 떨렸다. 샹들리에처럼 거대한 양초 가면, 성경에 나올 법한 뿔달린 악마 가면 등등… 어떻게 이런 비주얼을 생각하고 제작하게 되었는지 제작자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워서 이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또 영화를 다시 보고싶어졌다. 정식상영 해주면 안 되겠니…? 내가 세번정도 볼게…ㅠㅠ

 어제 봤던 신체모음.zip과 함께 스틸컷으로 고른 영화였는데 비주얼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만족만족 대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음악도 좋아서 다시 찾아 듣고 싶다… 휴… 정식 상영 꼬옥 해주길 바라… 영화 많이 본 사람들은 실망했을지 몰라도 난 좋았다구 그러니까 꼭 정식상영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