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스포일러 있음

 

 

 MZ세대가 집단 따돌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 영화는 버릴 장면 하나 없이 간결하고 자극적이었다.

 

 어린 시절 단짝친구 엠마와의 갑작스러운 재회를 시작으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엠마의 생일날 자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뱉는 알렉스를 때린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늘날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 행한 공격들은 실수라고 할 수 없다. 자신과 엠마는 절친이 아니라고, 그런 것 가지고 삐지는 것(sissy) 아니냐며 시실리아(sissy)를 몰아붙이는 모습에 숨이 막혔다. 알렉스가 씨씨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거친 말을 뱉은 건 아니지만, 은근한 말로 속을 긁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받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납골당>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고 주인공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가족들에게 늘 가벼움으로 포장된 폭력을 받아왔다. 참다 참다 손을 올리면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거다. 정신 차려보니 난 고작 그것도 못 참는, 프로 예민러. 사회성 떨어지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은근히 속을 긁은 알렉스에게 손을 올린 씨씨도 사이코패스가 되어있었다. 씨씨는 나와 다르게 삽으로 알렉스의 얼굴을 공격하여 경우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선빵친게 누구인지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게 슬펐다. 

 

 현재로 돌아와, 시실리아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알렉스를 공격한다. 쓰러진 알렉스를 숨기려다 발각되고 놀란 나머지 또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계속해서 실수라고 말하는 게 재밌었다. 진짜 놀란 마음에 공격적인 방어형태를 띤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유쾌한 살인은 사랑이란 형태로 탈바꿈한다. 시실리아는 엠마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든 생각. 엠마가 시실리아와 멀어진 것은 엠마도 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인 걸까? 시실리아가 비슷한 말을 하긴 하지만 엠마가 정확한 대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시실리아의 착각, 자신과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나만 이해를 못 했을 수도 있어서 GV 때 질문하지 못했다..ㅜㅜ) 정말 사랑인 거라면 많이 안타깝다.. 시실리아가 이렇게 미친 살인마가 되진 않았을 텐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슬래셔 영화지만 무겁지 않고 통통 튀었다. 그 중심에 있던 건 시실리아의 광기였다. 실수로 시작된 범행이지만 인플루언서답게 그걸 또 자신의 에피소드로 삼아 팔로워를 모은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효소 등등 물건 파는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돈에 미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고나니 현대판 사이비나 다름없다고 느껴졌다. 그의 뭘 믿고 응원하며 의심 없이 구매를 하게 되는 걸까?? 시실리아는 이유 있는 행동이었지만 진짜로 이유 없이 선빵 치는 이상한 애였으면 어쩌려고?? 그들의 아가페 정신을 응원해야 할지 정신 차리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영화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오늘 GV빌런 처음 봐서 신기하고 당황스러웠다. 한 두명이 아니라 더 놀라웠는데.. 왜 그러시는 건지... 특히 두 번째 질문하셨던 분은 앞에서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줬는데도 왜 씨씨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나고 빼액거리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ㅎㅎ 그... 책 좀 읽으세요...! 

 

 친구들과 가볍게 볼만한 슬래셔 무비여서 이것도 정식 개봉하길 바란다. 진짜 웃긴 요소들이 계속 나와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