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날, 이것저것 비우기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편지들을 버리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본가를 떠나 혼자 생활하게 됐는데 이사 준비하면서도 불필요한 책들과 물건들을 비우고, 이사 와서도 최대한 덜 사고 고민하면서 구입하며 지내왔다. 나 정도면 괜찮지, 이 정도면 깔끔하지 생각하며 지냈지만 그래도 비우고 싶은 물건들이 많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미뤄오다가 최근에 결심이 서서 비우게 되었다! 서론은 여기서 끝내고 얼마나 비웠는지 확인해보자!!

 

 

본가에서 주워온 캔들워머

 

 캔들워머는 진짜 예전부터 비워야지 비워야지 생각했었는데 당근에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많았고, 집에 캔들이 남아있었기에 그냥 캔들 다 쓸 때까지는 내버려 두자고 혼자 합리화하며 미뤄두고 있었다. 그런데 캔들워머를 써서 방에 분위기를 내는 것보다 남은 캔들에 불을 붙여 화장실 습기를 날리는 것이 훨씬 빠르게 캔들 소비가 되고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디어 비우게 되었다. 

 

 나의 나쁜 습성 중 하나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무리 더 사용할 수 있는 것임에도 애정이 팍 식어서 쓰레기로 보인다. 그래서 무조건 빨리 내보내길 바라서 제값 주고 물건을 파는 일이 없다. 남에겐 내가 착한 천사로 보이겠지만 그저 빨리 팔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이걸 왜 썼냐면... 무나 했다는 뜻임...ㅎ

 

 오래된 애물단지를 비우니까 다른 것도 일단 당근에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급발진으로 많은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다. 

 

 

선셋 무드등, 선물받음

 친구가 집들이 선물이랍시고 선물한 무드등. 예뻤지만 백열등이 최고인 나에겐 쓸모가 없었다. 몇 번 사용했지만 눈 아프기도 하고... 애정이 생기지 않아 판매해버렸다. 친구야 미안... ㅎ 그래도 1년은 가지고 있었다...?

 

자작나무 조명, 직접 구매

 이건 내가 구매했던 건데 예쁘긴 했지만... 예뻐서 산 게 아니고 뭘 해보고 싶어서 산 거였다. 얘는 계속 가지고 있으려고 했는데 침대 옆 협탁에 두니 안경 놓을 때마다 자꾸 쓰러져서 슬슬 거슬리기 시작해서 비우게 되었다.

 

무민 캔들 홀더, 직접 구매

 맥시멀 리스트였던 시절, 잠실역을 지나가다 무민 팝업스토어에서 랜덤박스를 판매하는 걸 보게 되어서 덥석 구매했다. 얘를 콕 집어 구매한 것이 아니란 뜻... 열에 의해 모빌마냥 돌아가는 게 예쁘긴 한데 모빌 자체가 너무 내구성이 약하다고 해야 할까? 살짝 잡아도 금방 휘고 그래서 한 번 사용한 뒤로는 다시 꺼내지 않았다. 안 팔리면 그냥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지란 마음으로 싸게 내놨는데 금방 새 주인을 만나게 되어 어찌나 감사하고 다행이던지... 어쨋던...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살거라 😊

 

왼쪽부터 실리콘 덮개 - 다회용 빨대 - 세탁망, 직접 구매와 경품으로 받음...

 실리콘 덮개는 내가 독립하면서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제품 1순위였다. 저렴해서 3세트 샀다. 하나는 엄마 주고 두 개는 내가 갖고 왔는데 사용해보니 한 세트만 있어도 충분하겠단 생각이 들어서 행동한 김에 얼른 당근에 올려버렸다.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플라스틱 빨대와... 처음 제로 웨이스트란 걸 접했을 때 여러 개 사서 주변에 나눠주고 남은 실리콘 빨대까지 같이 나눔 완료! (그래도 집에 스테인리스 빨대와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하나씩 남아있다. 이건 내가 오래오래 ㅆㅓ야지...)

 

 마지막은 이마트에서 준 세탁망...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두 개를 줘버려서... 이것도 같이 나눔!

 

음료 먹고 나온 일회용 빨대들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트레스 엄청 받았던 물건... 어느 쪽인지 기억나진 않는데 한쪽은 멸균팩 음료를 선물 받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먹고 보관해뒀었고, 다른 한쪽은 내가 우유 안 먹겠답시고... 여러 팩으로 나뉜 귀리 우유를 사버려서 생겨났다. 큰 팩 입구가 플라스틱이라 나뉜 것을 선택했던 것인데 차라리 큰 쪽이 스트레스 덜 받고 나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도 무료 나눔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 완료!

 

선물 받은 인형, 어디서 받은지도 기억 안나는 연필자루와 집에서 주워온 포크들...

더이상 입지 않는 옷들, 선물 받은 텀블러

 위에 네 사진은 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옷은 원래 다 기부하려고 했으나, 두 벌에 지워지지 않는 오염을 발견해서 걔들은 버리고 두 개만 기부 완료. 인형은 귀엽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집에 큰 인형이 두 개나 있기 때문에 (귀엽기도 한데 등받이도 돼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 중)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길 바랐다. 친구야 미안~^^ 그래도 쟤는 오래 가지고 있었어... 

 

 일하면서 텀블러 선물이 엄청 많이 들어온다. 이젠 더 이상 받지 않지만 과거에 전시하겠답시고 덥석덥석 받아와서 처박아둔 텀블러... 기부 가능하다길래 냅다 집어갔다. 미개봉 텀블러가 세 개였는데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기도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페용 텀블러 잃어버리면 쓰려고 내버려두었다. 집에 까둔 텀블러만 4갠데 (스텐3, 플라스틱1) 솔직히 나... 집에 컵 없어도 텀블러만으로 생활하기 가넝할듯 ㅎㅎ ㅋㅋㅠㅠ... 

 

20대 초 자주 입었던 반바지, 취미 발레 배울때 신었던 레깅스

 위에 옷 꺼내면서 같이 꺼냈던 옷들이다. 반바지는 기부하려고 꺼냈는데 한 번 빨아야 될 것 같아서 아직 기부 못했다. 좋아하는 재질이고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기장이 워낙 짧기도 하고 폴댄스 배우면서부터는 반바지에 손도 대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비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레깅스는 진짜... 언젠간 다시 발레를 배우겠단 생각으로 몇 년 동안 냅두고 있었는데 태권도 품새 배우면서 느꼈다. 아, 나는 개 빡대가리다. 방금 배운 것도 까먹어서 사범님께 다시 알려달라고 한다. 폴댄스 오래 하고 있지만 오래 해서 그나마 쉬운 거 몇 개 외운 거지 그 외의 동작들은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하면 전에 배운 영상 다시 몇 번 보면서 외워야 그나마 비슷하게 따라 한다. 어쨋던 다시 안 할 것 같단 뜻... 폴댄스가 너무 재밌기도 하고 내가 양 무릎이 붙지 않기도 하고... 안무도 못 외우고 여러 가지고 발레는 나랑 안 맞는다고 완전히 결론 지음!! 보풀이 살짝 있기도 하고 누구 주기도 애매해서 얘는 그냥 버렸다.

 

이천에서 구매했던 도자기 오브제들

친구에게 선물받은 눈마사지기, 스마트폰 삼각대

 얘네들은 비워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아직 팔리지 않은 친구들이다... 도자기는 원래 세 개였는데 하나는 가볍게 낙하했음에도 손쉽게 조각나버려서 두 개가 되었다. 그... 이천 가서 볼 때도 하나만 사야지 했는데 엄마가 그냥 다 사라고 디자인 특이해서 좋다고 부추기는 바람에 세 개나 구입해버렸단 슬픈 사연이 있다. 엄마 왜 그랬어...ㅠㅠ... 계절마다 바꿔서 두면 좋긴 한데 도자기를 사실 저거 말고 더 많이 샀다. 심지어 호박은 다른 디자인 하나 더 있다 ^^! 그래서 더 이상 집에 두면 안 된다고 판단이 되었다. 얼른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싸게 내놨는데 안 팔리면 무나 해야지... 제발 가져가세요 엉엉....

 

 눈마사지기... 생일 선물로 받은 건데 참... 좋단 생각도 안 들고 진동이 입안까지 내려와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눈 마사지한다고 윙윙거리는데 입도 윙윙거려서 이시린 느낌... 진짜 진짜~~~~ 친구한테 미안한데 나한테 너무 안맞는 템이다... ㅋㅋㅎㅎㅠㅠ 애초에 눈마사지기가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하하...^^... 

 

 삼각대는 잘 썼는데 내가 아이패드 끼울 수 있는 삼각대를 구매하는 바람에 쟤가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근데 삼각대도 당근에 정~말 많아서 얘도 무나 해야 하나 생각 중..^^... 휴...

 

NC 다이노스 우승기념 머그컵

 혼자 자취하는데 컵이 세 개, 텀블러가 네 개다. 정말 많다 너무 많다. 지금 머그컵 하나 쓰고 있는데 얘 깨지면 꺼내 쓰려고 놔두고 있었지만 이 머그컵에 마시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니기에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사람들이 하트만 찍고 안 사감!! 싸게 내놓았는데 왜 그럴까? 엔씨가 9등이기 때문이겠지??????????????

 

왼쪽은 남긴 케이블, 오른쪽은 판매용 케이블

 아까 그 눈마사지기 꺼낸 김에 케이블도 정리했다. 고심해서 집에 들인 것들이 다 기기라서 케이블이 엄청 많이 딸려온다. 특히 5핀은 정말 많아서 긴 거, 짧은 거 하나 남기고 다 당근에 올렸다. C타입과 아이폰용은 자주 쓰기 때문에 다 킵해뒀다. (이 와중에 잘 안 쓰는 마스킹 테이프로 선 정리함 ㅋㅋ큐ㅠㅠ)

 

무수한 펜들... 다른 통에 더 많이있다...

 

 다 당근에 올려 본 김에 펜들도 정리했다. 왼쪽이 아직 사용 가능해서 남긴 것들, 오른쪽은 안 나오고 사용이 불편한 펜들. 오른쪽에 캐릭터 그려진 펜들은 색연필인데 내가 산 게 아니라... 집에 누가 가게 홍보한답시고 색연필 붙여놓고 가버려서 얻게 된 것들이다. 잘 쓰려고 했는데 쓰려고 돌리자마자 심이 쑤욱 빠져버려서 스트레스만 오지게 받았다. 그래도 냅뒀다가 드디어 방출 완료. 

 

 

 사진에 나온 애들 중에 아직 처리 못 한 애들도 있지만 큼직한 것들을 꽤 처리했기 때문에 기분은 좋다. 그래도 다른 애들도 얼른 내 품을 떠났으면 하는 맘...^^ 사실 내가 얼른 처리해야 할 것은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들인데 매일매일 열심히 일기장에 붙이고 쓰고 있지만 다 쓰려면 한참 먼 것 같다. 휴... 과거의 나야 왜 그랬니 진ㅉㅏ.... 아예 손도 안 대는 마스킹 테이프와 스티커들은 카펫 머리카락 없애는 용으로 쓰고 버려야겠다. 

 

 언제 또 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릴지 모르겠는데 지금 실행했으니 빠르게 빠르게 생각나는 것들은 다 처리해야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해본다 지금 안 팔린 애들아 얼른 새 주인 품으로 가렴 나 진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