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사냥

 

※ 스포일러 있음

 

 

 한국 상업 영화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고어물이라는 소문을 들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매번 뒤통수 맞는 터라 이번엔 티저를 본 뒤에 정해보자 마음을 먹었는데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에 내용이나 잔인함 정도는 내려놓고 배우만 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배우만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한국에 수감되고 싶지 않은 깡패들과 경찰들의 미친 싸움이 주된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티저도 그렇고 영화 초반 흐름이 그랬다.) 갑자기 인간병기가 나타나고 심지어 깨어나기까지 하면서 장르가 SF로 급변한다. 솔직히 누워있는 것만 봤을 때는 그냥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시체급의 인간인 줄 알았다. 아무리 입에서 구더기가 나오고 호흡기를 떼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았더라도.. 인간병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병기가 배에 탄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다 죽이는 SF 재난 영화였다.

 

 초반에도 그닥 재밌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총을 쏘고 찔러도 죽지 않는 인간병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던 마음도 사람들이 죽어남과 동시에 같이 죽어버렸다.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그냥 어떻게 죽는지를 가만히 봐야 하는데 거기서 무슨 스토리를 기대해야 할까? 그냥 다 죽었어도... 탈출했어도 실망했겠지만 다른 인간병기들이 나타나서 더... 싫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폴 적색수배 범죄자인 장동윤도 그중 하나였다. 서인국이 난리 치는 동안에도 깍쟁이마냥 있기에 그냥 예민한 조연인가 싶었는데 주연이었다니... 당황스러웠다. 암만 포스터 앞줄에 쓰여있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는데 누가 비중 있는 캐라고 생각할까ㅠ 티저에도 서인국만 잔뜩 나왔는데.. 반전이니까 그럴 수 있다지만 이런 반전은 환영하지 않는다.

 

 인간병기에서 예상했겠지만 <마녀>의 남자 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감독이 감명 깊게 본 것 같다. 그렇지만 결과물은 너무 조잡스러웠다. 

 

 한국은 깡패 없이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왜 자꾸 깡패가 나오고 싼마이 감성을 추구하는 걸까? 몇 년이 지나도 발전이 없는 모습에 더더욱 한국 상업 영화는 보지 않기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암만 고어라고 홍보해도 두 귀를 막고 필사적으로 보지 않으리라.

 

 깡패와 여혐은 떼놓을 수 없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으니 그래... 못 배운 놈들이니까라고 넘길 수 있다고 쳐도 중요하지 않은 서비스 씬은 대체 왜 넣는 걸까? 여자만 서비스 씬이 있는 게 아니었다만 대체 왜 그런 불필요한 장면들을 넣는지 궁금하다. 

 

 내가 처음 혹했던 고어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피만 많이 튀기고 형편없었다. 장면 전개가 빠르고 고통스럽게 죽는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좀비물을 본다는 생각으로 보면 제아무리 쫄보라도 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일 어이없었던 장면은 후반에 경찰이 인간병기 팔을 입으로 뜯을 때였다. 자기가 죽어도 팔 한쪽은 가져가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입으로 뜯은 것치곤 너무 절단이 깔끔하게 잘됐다. 이로 뜯은 것도 신기한데 그렇게 예쁘게 뜯다니... 이외에도 너무 티 나는 장면들이 많아서 더 가슴이 식은 것 같다. 차라리 손가락을 씹어먹지 그랬어... 이 정도도 열심히 제작한 것이겠지만... 이런 걸로 역대급 고어라고 홍보하는 건 나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ㅠ. 찾아보니 가짜 피 2.5톤을 썼다고 하는데 음... 이런 메시지도 없는 영화에 너무 낭비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얻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정문성의 연기였다. 원래도 그의 연기를 좋아했지만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었단 느낌이 들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능청스럽게 툭툭 뱉는 듯 말하는데 여기서도 경찰에게 들키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굿이브닝'이라 받아치는 게 정말 좋았다. OTT에 이 영화가 풀리면 그의 장면만 틀어서 보지 않을까 싶다. 그가 죽기 전까진 그래도 영화가 흥미진진했기에 영화관에서 또 볼까 싶었지만... 끝까지 다 보니 돈을 더 주고 보긴 너무 아깝다. 그래도 정말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이거 하나는 고맙다. 진짜 고맙다... ㅋㅋㅋㅠ

 

 마지막은 2편이 나올 것 같이 예고하면서 끝이 나는데 솔직히 안 궁금하다. 필구랑 장동윤 이야기를 주로 다루겠지만... 정말 안 궁금해... 2시간짜리 영환데도 3시간 같이 느껴져서 너무 지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