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못

 

※ 스포일러 있음

 

 

 요즘은 공포영화를 보러 갈 때 무서울 거란 기대를 아예 안 하고 간다지만... 무서운 낌새가 먼지 털만큼도 보이지 않는 영화였다.

 집 앞에 있는 저수지 근처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죽은 아이가 집을 떠나지 못하고 제 또래의 아이(자기와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거기까진 잘 안 들려서 모르겠음)와 이후 그 집에서 일하던 여자들을 연못에 끌어들여 죽인다는 뻔하디 뻔한 소재이다.

 소재야 뭐... 거기서 거기라지만 여기서 떠나야한다, 넌 홀리게 될 것이다 같은 대사를 들을 때마다 선수 입장 보는 것 같아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애기한테 많은 걸 바라서 미안하지만 대사톤이 너무... '나 모든 걸 아는 듯한 연기하고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더 그랬다.

 근데 영화가 참 웃긴게 뻔하고 무섭지도 않은 내용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예쁜 걸 보여준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미장센이 예쁘다. 정영주 배우가 화병에 맞아서 피가 날 때조차 피가 예쁘게 흐르고 있다.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참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생각이 될 텐데 공포영화를 보러 온 입장에선 이게 화를 돋운다.

 지저분하고 이상한 영화면 더러운 걸 밟았다고 생각할 텐데 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내용은 왜 이랬대? 싶어 진다. 집안도 예쁘고 풍경도 예쁘고 효과음조차 예쁘다. 바이올린인지 뭔지 모를 댕댕댕 소리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좋았고 기어가는 것 마냥 걸어가는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내용 외적인 건 정말 다 마음에 들었어서 아쉬움이 크다. 

 개인적으로 컨저링 같은 미국 점프 스퀘어 영화 서사없이 무식하게 점프 스퀘어만 꽉꽉 넣어놔서 싫어한다. 근데 이쪽은 긴장이라도 돼서 보는 맛이 있지 않나 재평가하게 됐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보러 가겠지... 아니 이쪽도 예쁜데 참 예쁜데... 무서움이 없다니...ㅠ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그리고 마지막에 귀신에게 넌 내 딸이 아니야! 가짜야!라고 외치는 회상씬이 있는데ㅋㅋㅋㅋㅋ 귀신에게 신파를 줘버린다. 귀신이 아련하게 하늘 쳐다보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듯^^

 

그래도 진짜 예뻤다곤 말하고 싶다. 뭔가 공포영화 예쁘게 연출하는 방법 클리셰 편을 본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