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 36번 창고

※ 스포일러 있음

 

 

 올해 초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공포 8부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사가 떴기에 곧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기억에서 잊힐 즈음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판의 미로>와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을 재밌게 봤었기에 기대를 가득 안고 보았다.

그냥 공포 8부작이라고만 들어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는데 <SF8>처럼 여러 감독들이 공포란 주제를 가지고 한 편씩 짧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걸 2편까지 보고 깨달았음 ㅎㅎ.. 여하튼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한 아저씨가 등장하여 뒤에 펼쳐질 이야기의 소재를 설명해준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전시회 큐레이터처럼 말을 하셔서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사실 이거 때문에 소지품 하나하나에 깃든 에피소드를 8부작으로 풀어내는 줄 알았음 ㅎㅎ;)

 

“수 세기 전 세계가 수수께끼로 가득하고 극소수만이 여행할 수 있던 시절, 새로운 수집 양식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호기심의 방’입니다. 수집된 소장품들은 건물이나 방, 가구 등에 보관됐죠. 이들 개인 소장품 중에는 책이나 그림, 자연사와 인간 역사의 표본들이 있었습니다. 용의 이빨, 피지 인어, 유니콘의 뿔도요. 그리고 그 소장품 각각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갑옷 같은 큼직한 소장품이 있는가 하면 열쇠처럼 자그마한 소장품도 있었죠. 이건 창고 열쇠인데요, 사람들은 그 낡은 공간에 과거를 살려두기도 하죠. 지나간 행적, 비밀, 죄악이 깃든 물건을 넣고요. 이번 이야기는 ‘36번 창고’로 감독은 기예르모 나바로입니다.”

 어떤 남성이 빚을 갚기 위해 죽은 사람들 혹은 기한이 만료된 창고를 구매하여 그 속 물건을 판매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구매한 36번 창고 주인은 이상했다. 창고에 들어가기 전 매번 3-4번의 뜀박질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들어가지 않으면 이상한 악령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저주를 퍼붓는 이야긴가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뒤에 뭔가 나타나긴 하는데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었어서 연관은 없어 보인다. 그냥 주인공이 정말 이상한 버릇이 있던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아쉬움..)


 “그자는 베를린과 빈의 오컬트 집단에 들어갔어요. 영적 존재를 불러내서는 악령이 사로잡을 인간의 몸을 제공했죠. 빙의를 시킨 겁니다. 자기 여동생한테요.”

 창고 속에는 강령회용 테이블과 악령 소환에 필요한 주문들이 가득한 책들이 있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 권을 찾기 위해 구매자와 함께 다시 찾아 간 창고에서 책과 함께 희생된 동생의 시체를 발견한다.

 결계를 지움으로써 동생 몸에 깃든 악령을 소환하기에 판타지 요소가 컸던 이야기지만 창고에서 정말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소재이기도 하고, 촉수괴물에게 당했다지만 그전에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아 자신의 업보에 당한 거라 생각되어 도시괴담의 느낌이 강했다. 괴물의 비주얼이 무섭게 느껴질 순 있지만 그것 외에 무서울 요소가 없어서 그 부분은 살짝 아쉽다.

 그래도 앞서 적었듯 판타지가 섞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것이 좋았다. (현실 요소에 판타지가 섞였다고 하는 게 더 맞겠지만^^;) 뒤에 나올 에피소드들이 기대된다! 아직 2편까지 밖에 못 봤기에 갈 길이 멀지만 그중에 하나는 엄청 무섭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