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스포일러 있음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2017년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초연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그 당시에는 책이 있다는 건 알지 못했고 영화가 바로 뜨기에 영화만 봤었다. 그때 영화를 대충 봤었는지 프란체스카와 가족들 사이의 거리감이나 외로움을 충분하게 느끼지 못했다. 내게 남은 건 비 오는 날 트럭 문을 열고 뛰쳐나갈까 고민하는 프란체스카와 그걸 바라보는 로버트 킨케이드뿐이었다. 영화도 나중에 다시 찬찬히 봐야겠다.

​

 영화는 기억에 크게 없었지만 뮤지컬은 정말 재밌게 봤다. 뮤지컬이라기엔 연극의 느낌이 강해서 흔히들 생각하는 대극장 뮤지컬과는 달라 지루하고 루즈하게 넘기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재연 이후로 소식이 없는 것 같고..ㅠㅠ 그렇지만 난 처음 보고 나서 엄청 오열을 했다. 엄마와 같이, 시간이 흘러 성장한 내가 다시 보면 다른 감정을 갖고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넘버들도 잔잔하니 좋고...

​

 브로드웨이 ost만 꾸준히 듣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아서 매디슨이 돌아오지 않는 걸까?' 개소리는 맞는데 책을 읽고 작품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삼연이 돌아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책을 폈다. 작년 여름 창원 여행을 갔을 때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북 리더기가 렉먹어서 또 먹통이었다. 매번 귀걸이로 초기화를 시켜서 고치는데 그것도 들고 가지 않아서 그대로 덮어두고 겨울이 되었다. 바쁘기도 했고 귀찮았고.. 여러 이유로 이 짧은 책을 반 년에 걸쳐 읽은 셈이다. ㅎㅎㅠ

​

 캐롤린과 마이클이 프란체스카의 유품과 편지들을 읽으며 과거를 알게 되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작가를 통해 세상에 알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말 실화 기반인가 싶어 검색을 해봤지만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인물은 나오지 않았고, 과거에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았던 건지 정말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문의를 했던 사람도 있었다. 결론은 실화 기반인 척하지만 픽션인 이야기.. 뭔가 구성이 재밌긴 하다ㅋㅋㅋㅋ 뭐,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 존슨이란 사람이 실존하진 않아도 어딘가에선 그들과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이 책이 소개된 적 있다. 불륜인데 아름다우면 괜찮냐는 질문에 정준하는 예라고 대답한다. 그 당시에야 책을 읽지 않아 웃어넘겼지만 여러 포맷으로 작품을 접하고 나니 편하게 웃을 수 없었다. 보편적인 관점으로 보면 불륜으로 보이겠지만 마을의 분위기가, 시대상이, 리처드가 프란체스카에게 좀 더 귀 기울여주고 서로가 서로의 니즈를 조금이라도 충족하려 노력했으면 프란체스카는 마음을 쉽게 뺏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불륜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단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유에 관하여 꼬집는 느낌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말한다 한들 이해 못 하는 사람은 그래도 불륜~ 더러워~라고 말하겠지만 성매매를 일삼는 남성들보단 이들의 사랑이 더 순수하고 깨끗하고 책임감 넘치지 않나 싶다.

​

 그런 면에서 로버트 킨케이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늘 보던 에로티시즘 하나 없는 남편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성장하게 만들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남자. 어느 누가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

 물론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와 함께 떠났다면 말이 달라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그들에게 통하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나 로버트가 판타지 같은 존재로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카우보이라는 말을 쓰며 남들과 조금 많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이지만, 그 이외에 남성들은 다 똑같이 행동할 텐데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함께 떠나지 않아 모든 것이 상상일 뿐이지만 함께 떠나지 않았기에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 하지만 제발 나를 그렇게 만들지 말아요. 내가 책임감을 내던져 버리게 하지 말아요. 그럴 수도 없고, 그런 생각을 지니고 살 수도 없어요. 만일 내가 지금 떠난다면, 떠난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당신이 사랑하게 되었던 그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릴 거예요."

​

"말해줘요, 내게 말해줘요. 어떻게 떠나요? 가방을 챙기고, 문을 닫고, 돌아서면 되나요? 내가 누구인지 당신도 알잖아. 버릴 수 없잖아요. 말해줘요, 어떻게 떠나요?"

​

 책에서도 뮤지컬에서도 가정이 있기에 등지고 떠날 수 없음을 명시한다. 죽을 때까지 나흘간의 일을 발설하지 않은 채 남은 여생을 가정에 충실한 프란체스카에게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언제라도 돌아와 프란체스카를 흔들 수 있었지만 그녀의 위치를 인지하고 속으로만 삭히며 혼자 살아간 로버트를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러지 못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이 문장을 참 좋아했는데 재연에는 빠져서 아쉬웠다. 앞에 리처드가 노력을 했다면 프란체스카가 쉽게 사랑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라 적긴 했지만 이미 리처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그들은 만났다. 그 상황이 한순간의 판단으로 만들어진 감정이 아닌 확실한 감정이라는 게 느껴져 좋았다. 나중에 돌아온다면 다시 이 문장이 넣어지면 좋겠다. ㅎㅎ

​

책 읽었으니까 삼연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