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 스포일러 있음

 

 

자신의 가정을 파멸시킨 터핀판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이발소를 차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임팩트 있는 넘버는 딱히 없고, 잔혹한 스릴러라는 홍보만 보아 하나는 기대치를 낮추고, 하나는 잔뜩 기대하며 갔으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엄청나게 좋다거나 음원을 구매하여 듣고 싶다 이런 곡은 없었는데 전체적으로 그렇게까지 별로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는 넘버가 돌림노래 수준으로 많아 머릿속에 강제로 끼워진 것도 있긴 하지만… 어둡고 음습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많이 나왔던 한 푼만 주세요는 머릿속에 꽂히긴 했지만 너무 더러워서 별로였고… 배우들이 노래를 잘해줘서 더 좋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여튼 난 넘버들은 나쁘지 않게 들었다.

이발사의 복수극이라 그런지 소리들이 전체적으로 날카롭게 들렸다. 날카롭기만하고 안 들렸으면 싫었겠지만 한 배역 빼고는 다 잘 들려서 극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단 느낌이 들어 좋았다. 단점이라면… 이후에도 귀가 약간 멍멍해서 다른 노래를 들어도 약간… 날카롭게 들린다는 점…?

음악 얘기를 하니 하나 더 생각 난 건데, 배우와 오케스트라의 박자가 딱 맞아야 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러빗 부인이 처음 등장하여 반죽을 때리는 장면인데 그게 너무 잘 맞아서 쾌감 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럿 나오지만 그 장면이 재밌어서 몇 번 더 보고 싶었다.

실망했던 잔혹한 면에 대해서 얘기하려면.. 터핀 판사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그 가정에서 데려온 딸(조안나)을 어여삐 보살핀다. 그러나 그 애정은 잘못된 형태로 바뀌어 딸처럼 아낀 아이에게 사랑을 느낀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은 최근 본 작품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더러웠고 조안나에게 결혼할 남성을 소개하며 무릎 꿇고 청혼하는 장면에선 정말 무대로 내려가 귓방망이를 날리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토드가 그만큼은 제발 참혹하게 죽여주길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작품을 보러 온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토드는 우발적인 첫 살인 이후 같은 방식으로 손님의 목을 그어 러빗부인에게 고기파이 재료로 제공을 했다. 같은 방식으로 죽더라도 터핀 판사가 뿜어내는 피의 양이 몇 배로 많거나 쇼적으로 더 임팩트 있길 간절히 바랐지만 공장식 살인 마냥 똑같이 죽고, 똑같이 부엌으로 내려가는 모습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직전까지 대사를 해야 하기에 입 안에 피를 머금을 수는 없겠지만 목 부근에 피주머니를 넣거나, 아예 다른 방법으로 죽었어야 하지 않나…싶다. 극의 방향이 그의 복수가 아니라 그냥 그의 가족은 어떤 형태로든 파멸로 맞이한다는 이야기라면 이 방식이 틀리진 않겠지만 그러면 그렇게까지 더럽고 역겨운 장면을 여러 번, 지속적으로 넣는 게 맞는 건가 싶다. 터핀 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고 더러운 캐릭터인데… 이런 죽음이 맞는 건가 계속해서 생각이 든다. 불특정다수가 보는 뮤지컬이기에 미친듯한 수위를 바란 건 아니었고 이런 내용이 아니었으면 아쉽네~로 끝날 수 있는 부분인데 내용과 더해져 실망감이 배로 늘어났다. 애초에 다시 볼 생각은 없었지만 다신 발을 들이지 않을 계기가 되어줬다.

고기파이 재료의 정체를 알고 미친 토비가 토드를 같은 방식으로 죽이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결국 끝까지 행복해질 수 없었던 가정으로 끝나는데 (조안나는 안소니랑 잘 도망가겠지만…) 토비가 모든 살인의 죗값을 뒤집어쓰게 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자신을 보살펴준 러빗부인에게 애정을 느껴 귀엽고 좋았는데… 그 시대에 치료받긴 어렵겠지만 토비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가 행복하게 되길 바라본다. 

배우들도 잘하고 간간히 유머 요소도 존재하여 순간순간은 재밌었지만 뒤끝이 구린 공연이었다. 아, 2층에서 봤는데 이발사 가게가 2층쪽에 존재하여 잘 보여서 정말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자리와 자리 간의 간격만 좀 더 넓었으면 훨씬 좋았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