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 스포일러 있음

 

 

 아는 언니가 보러가자고 코미디라고 하길래 제목만 보고 그냥 갔다. (공짜라니까..) 영화 보기 전 밥 먹으면서 최근에 본 영화 다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제발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누가 들은 건지 몰라도 정말 재밌게봤다. 코미디... 간간히 귀엽고 얼탱없어서 웃기는 부분이 있으나 코미디라고 하기엔 뼈가 있어서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런걸 두고 블랙코미디라고 하긴 하지... ㅠ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라 이 감독을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색감, 영상미, 연출, 내용 뭐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았다. 보다보면 어떤 이유로든 히틀러 편에 서있던 꼬마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냥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긴 하다만... 그래도 생각할 점이 많았고, 이걸 재밌게 봤다고 내가 일본인을 보는 시선을 바꾸진 않을 테니까! 이걸 보고서 역사공부를 더 하고 불매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빠짐 없이 다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장면은 역시 로지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로지 신발을 계속 보여주기에 최근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던 나는 이것도 PPL인가 생각하면서 그냥 봤는데 그럴리가 없지. 게슈타포가 집을 헤집어 놓고 난 뒤에 조조가 나가서 본 게 공중에 떠 있는 엄마의 발이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단 번에 로지가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로지의 신발을 보여줄 때는 로지가 계속 조조보다 위에 있었다. 신발이 바닥에 닿았느냐 안 닿았느냐의 차이였을 뿐이지ㅠ 조조가 로지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주려다가 실패하고 다시 발을 부둥켜 안을 때는 정말 울컥했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지붕의 눈들...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던데 나는 영화 초반에 조조가 웩하며 고개를 돌릴 때 로지가 제대로 보라고 조조의 고개를 잡아 돌린 것처럼, 로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간 것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암시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유대인일 수도 있고 로지처럼 아리안족이지만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 일 수도 있고...)

 

 난 조조가 로지를 보기 전에 만난 파란 나비가 로지의 영혼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맞다면 로지의 죽음도 똑바로 보게 하려고 인도 한 것 같아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게 더 슬펐다. 로지가 맞는 건데... 조금 더 조용히 살았으면 조조가 로지를 잃지 않았을 테니까 내 마음 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계속해서 생겼다. 근데 조용히 살았어도 로지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겠지. ㅠ 마음아프다.

 

 생각해보면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작품도 어벤저스 말고 본 게 없어서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는데 (솔직히 스칼렛 요한슨 몇 분 나온지도 기억 안 날정도 ㅋㅋ) 딕션도 좋고 연기를 너무너무 잘해서 놀랐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조조에게 보여준다면서 자켓을 입고 재를 하관에 묻힌 뒤 1인 2역 연기를 하는데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ㅠ 그냥 로지 그 자체였다.

 

 진짜 토깽이 같이 생긴 조조가 신발끈을 묶지 못하다가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됐을 때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밖으로 인도 했을 때 언제 저렇게 연습하고 있었나 작은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엘사와 밖에 나와 춤을 췄을땐 나도 해방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춤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추는 거다. 조조와 엘사는 자유로워졌다. 앞으로 그 둘이 어떤 미래를 그릴지 알 수 없지만 서로 떨어져있어도 잘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진짜 이 영화리뷰는 잘 쓰고 싶었는데 말재주가 없어서 다 담아 낼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줄이고 줄여서 썼는데도 참 문장들이 지저분하다. ㅠ 중요한 건 영화관에서 2차 안 뛰는 내가 2차를 뛰었단 것... 나중에 사이트에 풀리면 구매해서 두고두고 보며 이 리뷰에 대사도 추가해서 적고 싶다. 틀은 기억나는데 그 속에 디테일이 생각이 나지 않아 적지 못하니 너무 답답 ,,,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