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 - 관람

 

※ 스포일러 있음

 

 

 "수집가가 수집품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기한 것들을 맹렬하게 사냥하던 사람이 자신보다 더 강한 의지와 열망을 지닌 존재를 만난다면요? 두꺼운 종이에 글귀가 새겨져 있고 크기도 제법 큰 이것은 관람을 위한 초대장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에겐 즐거운 밤이 되겠죠. 동시에 최후의 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이야기는 ‘관람’으로 감독은 파노스 코스마토스입니다."

 

 

음... 뭐라고 시작해야 좋을까... 참 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였다. 내용 중반에 집주인이 초대된 게스트들에게 위스키를 권하고, 대마와 코카인을 권한다. 제 창작품을 더 멋지게 보고 각자의 능력으로 그 작품을 바라봐주길 바라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나는 폭립과 고구마깡을 먹었을 뿐인데 캐릭터들과 같이 마약을 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담배도 안 피워봐서 마약이 주는 기분이 뭔 느낌인진 모르겠지만 분위기도 좋고, 깔리는 음악들도 좋아서 눈을 떼지도 못하겠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근데 정말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어떠한 큰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별로인 작품도 아니고 오히려 좋게 봤기에 무언가 더 임팩트 있게 남기고 싶지만 멋진 예술작품을 앞에 두고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와 존나 멋지네'라고 밖에 못하는 사람 마냥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 너무 물 흐르듯 봐서 홀린 기분이 든다라고 밖에는 쓸 수가 없다... 

 

 한시간 분량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짧은 건 맞지만 지루해지면 10분짜리 영상도 집중을 할 수가 없는데 이건 '벌써 끝이야?'란 생각이 들었다. 뭐라 하면 좋을까... 기다란 오프닝 시퀀스를 본 기분이었달까? 이렇게 쓰면 결말이 이상했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것보단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나온 생각이었다. 뒤에 더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 쓸수록 어렵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좋았는데ㅜㅜㅜ 표현하기 정말 어렵다.

 

 제목이 '관람'인 만큼 관객을 지루하게 해주지 않아 좋았다는 말이 제일 나을 것 같다. 마음에 든 것을 꼽아보자면 계속 얘기한 음악이 정말 좋았고, 중간중간 인물들이 앉은 둥근 테이블을 위에서 찍어 눈처럼 표현한 것도 좋았다. 캐릭터들이 코카인을 하기 위해 등장한 금판?과 단지 같은 것에 힘을 준 것도 수집가의 변태성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근데... 코카인을 코로 빨아들이는 모습이 너무 추해서... 자신이 취하기 위해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란 생각은 들었다. 잠시의 쾌락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이 너무 간지가 나지 않을 걸 알아서... 손도 안 대기 때문에 더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냄새도 싫고 그런 것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까워서가 더 크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건 잠시뿐이고 영화 중후반까지 대화로만 이어져가는데 이 영화의 끝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궁금증을 주게 만들기에 결과적으론 좋았다.

 

 마약 얘기가 나와서 쓰는 말인데, 작품을 보고 난 뒤에 일어난 일은 정말 현실일까?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헥터에게도 보인 괴생물체기에 현실이겠지만 헥터가 과연 마시지 않았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게 아니면 그 장면들을 그렇게 많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어떻게든 마약은 좋지 않습니다란 교훈적인 생각을 가지려는 나의 억측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ㅎ

 

계속해서 무거운 분위기와 공포감으로 승부하는 작품들도 좋지만 밝은 분위기에 숨은 음침함과 변태성이 좋은 작품이었다. 지금도 리뷰 쓰면서 그냥 틀어두는 중인데 배우들의 억양도 좋고 음악도 좋아서 가끔가다 틀어두고 멍 때릴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아 왤케 좋지... 나도 작품에 취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