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스포일러 있음

 

 

여자만 고통받는 내용은 안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유명하기도 하고 내용도 대충은 알고 있어서 기분 나쁠 거 각오하고 봤다. 이렇게 말하면 슬플 것 같지만 영화가 후반부 복수하는 장면 빼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내용이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 좆 물고 사는게 편하다며 남자 없인 절대 못 사는 할머니들 사이에서 어떻게 계속 떠날 생각을 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복남의 딸도 그들의 사상에 금방 녹아들어 아버지에게 예쁨을 받겠단 명목으로 선크림을 정량이상 덕지덕지 바르고 선물 받은 매니큐어를 바르는데 복종하는 듯 보이면서도 계속해서 해원에게 도움 요청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대견했다. 해원이 좀 더 착한 사람이었으면 복남이가 아무도 죽이지 않고 몰래 잘 나왔을 텐데..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그들끼리 도태되는 삶도 괜찮았겠지만 복남이가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에 그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이건 내가, 요즘 작품들이 복수를 많이 다뤄서 그런 것 같긴 하다...) 

 

사실 제일 괜찮은 건 무도에 오는 배편을 다 끊고 남자들만 다 죽이면 그들 말마따나 남자 없이 못살텐데 매일 남자만 그리워하며 괴롭게 살지 않을까? 남자 없이 잘 산다는 걸 깨닫게 되면 좋겠지만 그들의 마인드로 보아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해원이가 본인만 잘 살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인 것도 너무 현실적이라 화도 안 났다. 모두가 미친 세상에서 바른 행동을 한다 해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아니까… 복남이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봤으면서 모른척한 걸 알게 됐을 땐 괘씸하긴 하지만 반항했다가 해원이도 섬에 붙잡혀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결말은 너무 끔찍하니까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복남이는 행복하면 안됐던 걸까... 겨우 섬에서 나와 배려 겨우 한번 받은 게 끝이라니 너무하다. 해원도 제가 죽을 것 같으니 찌른 건 정당방위겠지만 찌르고 우는 건 살짝 고까웠다. 이해가 안 되진 않지만 그럴 거면 설득을 좀 해보던가... 비극을 한번 겪고 나서야 정신 차리는 게 슬펐다 ㅠㅠ 그래도 과거 자신이 외면했던 사실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싸우려 노력했으니까 앞으론 먼저 나서서 다른 사랑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여성에게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어려운 건 알지만 먼저 나섬으로써 누군가에게 용기를 심어 준단걸 인지해줬음 한다! 폭력적인 장면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아예 안 보여주진 않았지만) 덜 거북하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