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슈슈의 모든 것

※ 스포일러 있음

 

 

 친구가 예전부터 보라고 했던 영화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볼 용기가 생겨 보게 되었다. 기 빨리는 영화라고 소개를 해줬던 기억이 있는데 소재 자체는 자극적이고 무겁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무겁단 느낌이 들지 않아 긴 러닝타임을 느낄 새도 없이 빨려 들었다.

 

 일본 영화의 음침함이라고 하면 장마철 습하고 꿉꿉한 날씨에 피어난 곰팡이가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강렬한 햇빛에 모든 수분이 빨려 들어가 말라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게 감독의 역량인가 생각하게 된다. 기분이 나쁜 소재들이 모여있는데 끝나고 나면 묘한 기분만 남는다.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릴리슈슈란 게 사람 이름이라곤 생각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들의 뮤즈처럼 나오고 끝까지 에테르 얘기를 해대서 줄거리과 에테르의 상관관계를 고민하느라 쉽게 볼 것도 놓쳐버린 것만 같았다. 이주 전쯤 보고 해석도 안 보고 곱씹고 있는데 영화를 다시 본 게 아니라 크게 깨달은 건 없다. 그냥... 크게 관계된 인물들은 릴리슈슈의 노래를 좋아했고, 불행 앞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 릴리슈슈로 모였지만 그들은 하나가 될 수 없었다.

 

 오프닝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커뮤니티에 타이핑되는 영상들이 나온다. 주인공인 유이치와 호시노가 그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정확히 누가 누군지는 마지막에 알아서... 더 곱씹고 봐야 했나 싶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니 콘서트장에 곰인형을 들고 온다던 유저도 자살한 그 친구가 맞는 것 같다. 유이치가 좋아하던 쿠노도 거기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 게 아쉽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된다면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봐야 할 것 같다.  갑자기 흑백 배경에 타이핑이 계속 돼가지고 눈이 아파서 힘들었지만... 읽으려면 버텨야지...ㅠㅠ

 

 우등생이던 호시노는 오키나와를 기점으로 악한 존재가 된다. 집안이 기울어서 비뚤어졌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호시노가 오키나와에서 어떠한 저주가 걸려서 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걔만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이상한 탐험가에게 뽀뽀를 당하기도 했으니깐...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지만 저주를 받지 않고서야 그렇게 착했던 애가 한순간에 잔악해질 수 있나 싶다. 내가 너무 순수한 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 걔가 적극적으로 돈을 훔치기도 했으니 원래 자리 잡았던 '악'이 그냥 분출된 건가?? 모르겠다. 그냥 호시노를 믿고 싶나 보다.

 

 인물에 대해 구구절절 감상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점점 기억이 흐려지고 있어 쓸 수가 없다. ㅠㅠ 강렬하게 기억 남는 건 쿠노였다. 쿠노는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도 이지메를 당하고 자신을 좋아하던 유이치에게도 배신을 당한다. 그래도 쿠노는 강했다. 다른 셋이 비극을 향해 달려갔지만 쿠노는 끝까지 이겨내기 위해 발악했다. 에테르고 뭐고 의지를 해봤자 심지가 굳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해주는 기분이 든다. 나도 쿠노처럼 누가 내 앞을 막더라도 노선을 틀며 앞을 향해 가야 할 텐데... 난 아직도 멀은 것 같다. 나이를 더 먹으면 단단해질까? 솔직히 자신 없다 ㅎㅎ...

 

  중간중간 나오는 릴리슈슈의 노래 가사가 줄거리를 대변한다고 하는데, 아직 찾아보진 않았지만 노래가 참 좋다. 제일 마음에 든 건 처음에 나오는 Arabesque! 지금도 계속 듣고 있는데 이게 제일 영혼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의미로 좋았다ㅋㅋㅋㅋ

 

 좋은 영환데 해석을 못해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봤는데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괜히 뿌듯했고요 다음에 또 재개봉을 한다면 그땐 영화관에서 보고 싶군요? 근데 그 육교에서 소변보는 영상은 안 보고 싶은데^^... 여튼.. 정말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거 끝나고 빨리 친구한테 해석해 달라고 해야겠당 ㅎㅎㅎ.... 아, 유이치는 쿠노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길 바란다. 속죄하는 마음에서라도 잘 살아야 돼 짜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