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로맨스

※ 스포일러 있음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정신 나간 영화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행복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신 나간 영화라는 게 마음에 들어서 오래간만에 한국 코미디를 보게 되었다.

 

 정신나간 영화인 만큼 처음부터 정신을 쏙 빼놓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가볍지 않았다. 가정폭력이란 게 그렇게 가볍게 다뤄질 소재는 아니지만 뭔가 어쭙잖게 하는 것보단 아예 초장부터 어긋나게 만들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여래가 원했던 건 '완전범죄'이기 때문에 비폭력 응징으로 끝난 게 더 좋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범죄도 언젠간 꼬리가 잡힐 거란 교훈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범우가 답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영화 중반까진 남자라고 감싸는 건가 싶었다. 여래를 좋아하지만, 남자는 남자를 제일 사랑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생각했는데 이게 다 계획된 부분이었단 게ㅋㅋㅋㅋㅋㅋ 정말 좋았다.

 

 뭐가 제일 좋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미적인 부분으로도 뭐 하나 빠지지 않았다. 범우가 글씨 뒤집어쓴다고 열심히 쓰는데 덜 뒤집힌 부분이 있는 디테일조차 아기자기하고 좋았다. 세련된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이 섞여서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배우들 연기도 다 좋았는데 범우 친구 영찬이 제일 인상깊었다. 좋아하는 여래 앞에서 분출할 수는 없는데 그냥 온몸으로 티 내고 싶어 하는 오타쿠를 잘 표현했다고 해야 하나... 그냥 누르면 터질 것 같아서 나올 때마다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한국의 동화를 얘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여래가 자동 센서를 터트리고 노래하는 장면과, 마지막 타조가 존나를 바다로 끌고 가는 장면에서 정말 동화 같다고 느껴졌다.(어린이 동화가 맥락 없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내는 느낌과 비슷..ㅎ) 사실 전자는 디즈니 느낌이 더 났지만ㅋㅋㅋㅋ 디즈니도 대충 동화느낌이니까~ 되게 여러 장르를 섞었어서 이음새가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게 매력인 영화라 그냥 마냥 행복한 느낌을 주었다. 

 

 존나가 행복을 부르고 여래바래와 여래가 여래이즘으로 반격하는 장면은 정말 두고두고 보고 싶다. 요즘 트렌드는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고, 쾌감 있게 응징하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아무리 잔인한 걸 찾아보는 나라도 썩 손이 가지 않고 좋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게 유행하는 와중에 이렇게 한 번씩 환기를 해주니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다. 첨에 그냥 좋다~ 싶어서 3.5점 줬는데 별점 올리고 와야겠다. 안 봤으면 정말 후회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