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남자

※ 스포일러 있음

2023 BIFAN 첫 영화! 시놉시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해외 배우 얼굴을 거의 못 외우는지라 잘 몰랐는데 예전 <스파이더맨> 그린 고블린 악당 아저씨였다. 이 아저씨가 연기도 잘하고 작품을 잘 고른다는 평이 있어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도 기대를 가득 안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펜트하우스에 작품을 털러 들어갔다가 패스워드를 잘 못 쳐서 갇히게 되는데 영화를 볼수록 ‘섬에 갇히는 게 낫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물은 나와야 하지 않나? 뭔 놈의 집이 그렇게 극단적인지 그냥 아저씨를 극한으로 몰아넣고 변태처럼 찍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결과물은 내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챙겨 갈 세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첫 번째는 스케치북, 두 번째는 AC/DC 앨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고양이예요. 고양이는 죽었고 AC/DC 앨범은 친구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았죠. 스케치북만은 남아있었어요. 고양이는 죽고 음악은 흐릿해지지만 예술은 영원해요.’

어떻게든 집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은 천장에 등을 깨서 탈출하기 위해 의자를, 테이블을, 침대를 해체하여 재조립한다. 완성된 모습은 하나의 현대미술 같았다. 등이 너무 밝아 어두운 색의 화병을 깨어 만든 선글라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벽에 그린 낙서는 주인공이 말하던 고양이의 형상을 하는데 고양이는 죽었지만 예술로 승화된 고양이는 펜트하우스 벽에 남게 되어 인상 깊었다.

엔딩에 천장의 등이 떨어지고 주인공의 비명이 들린다. 나만 모를 수 있지만 멀리서 잡혀서 주인공이 탈출했는지 떨어져 쓰러졌는지 알 수 없어 보여서 좋았다. 개인적으론 탈출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영화를 보며 5억 년 버튼 이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그 만화의 주인공은 돈도 받고 5억년 동안 어느 공간에서 수면욕, 식욕, 배설욕도 다 제거된 채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설정이 다르지만 그 안에서 버티면서 미쳐가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게 비슷해 보였다. 만화에서는 철학적으로 파고들어 5억 년이 되었을 때 우주와 자신이 하나가 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떤 것에 통달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미쳐갈수록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역시 윌렘 데포의 연기가 예술적이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실내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물이 안 나와 갈증이 나는데 냉장고 안에 붙어있던 성에라도 먹기 위해 손으로 모으고 핥아먹으며 우는 장면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처절해도 되나 싶었다. 처음 본 영화가 이거라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실망을 많이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됐다… 그 정도로 너무 좋았고 끝나고 약간 눈물이 맺혔다. 너무 내 취향의 작품이었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주면 좋겠다!!!

지금 잠깐 자야 심야영화를 봐서 다듬어지지 못했는데… 나중에 더 추가해서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