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얼굴들

※ 스포일러 있음

 

 

 <뷰티 인 사이드> 호러버전을 연상케 하는 시놉이 마음에 들었던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아쉬웠다. 주제가 뚜렷하지만 그 주제를 각인시키기 위해 반복되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 피로감을 주었다. 한 30분 쳐냈어도 괜찮을 것 같다.

 

 과거의 사람들도 그렇지만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많은 가면을 쓸 수 있다. 소위 '부캐'라고 말하는 새로운 나를 탄생시켜 돈을 벌기도 하고 현실과 온라인상의 나를 분리시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또 다른 나를 표출시킬 수 있다.

 

 앤은 그것을 진짜 '나'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디서든 통일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보는 수많은 앤은 앤의 몸 속, 혹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존재들이다. 앤은 '진짜' 앤 한 명만을 남기고 싶어 했고 그것을 모르는 자아들은 이유도 모른 채 얼굴이 바뀌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죽음까지 당해야 했다. 

 

 이 장면이 진짜 영화 내내 반복됐는데 현실과 자아를 뛰어넘는 장면을 보여주고 난 뒤에는 멈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내 그것만 보고 있으려니 나중엔 그냥 자버리고 싶었다. 태국 배우들 많이 봐서 좋았지만, 의미없는 나열들에 피로감으로 가득했던 2시간이라 아쉬웠다. 체감상 3시간 이상이었음ㅜ...

 

 그래도 오늘 영화 두 개나 성공했으니깐... 쿨하게 보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