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의 시선

※ 스포일러 있음

 

 '우울증 걸린 뱀파이어'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보게 된 작품이었지만 올가는 우울해 보이지 않았다. 우울이란 게 모두가 같은 형태를 띄우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올가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서 더더욱 그렇게 보이지 않은 것 같다. 

 

 더이상의 살육을 원치 않았기에 죽음을 앞둔, 혹은 금방 죽은 이들의 피만을 마시길 원했지만 본질은 뱀파이어이기에 이따금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채혈한 피를 가져가 마시는 것은 뱀파이어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만 탐폰을 입에 무는 장면은 경악 그 자체였다. 생리라는 것이... 피만 있는 게 아니고 각종 분비물도 같이 있는 것일 텐데... 살육을 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지만 너무 기괴해서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엽기적인 장면도 있었기만 전직 작곡가였던 할아버지와 무드있게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귀여웠다. 그 장면만 색이 입혀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늘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근데... 마지막에 요양원 다 털었다고 나오는데 그 아저씨도 잡아먹은 것인지 궁금하다...ㅎ

 

 이 영화는 감독의 인사도 평범하지 않다. 그 어떤 배우보다 컨셉에 미쳐있는 광기 넘치는 뱀파이어로 보였다. 귀여워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