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요로나

※ 스포일러 있음?

 

 

 컨디션 난조로 인해 제대로 감상하지 못 한 게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과테말라 대학살과 '우는 여인'이라는 멕시코 민담을 적절하게 조화시켰는데 우리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기에 공포로 다가오기보단 한 맺힌 영혼의 구슬픈 목소리로 들리는 게 안타까우면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학살자의 가족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어떠한 감정을 내비쳐도 우리는 그들의 마음에 이입할 수 없다. 잘못을 한 이를 벌하는 게 아닌 잘못을 당한 자를 비난하고 직접적인 해를 가한 것이 아니기에 끝까지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며... 지금 잘 먹고 잘 사는 누군가의 가족들도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겠구나 싶었다.

 

 라 요로나가 물가에 서식하는 귀신이기에 물과 관련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새로 들어온 가정부 알마가 손녀에게 물에서 숨 참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손녀는 '방법'을 배운 것이지만 그들의 가족은 알마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낸다. 후반부에 장군의 손에 학살된 이들이 강가에 얼굴이 처박히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잘 못 한 게 없다고 말하지만 본능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린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날에 폭우가 쏟아 진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영화에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근처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이들이 보이는 것만 같아 더욱 마음이 먹먹해졌다.

 

 잘 만들어진 영화기도 하고 내가 제대로 음미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여러 의미로 작은 관에서라도 정식 상영이 성사됐으면 하는 작품이다. 한 번 더 보고 놓쳤던 부분들을 곱씹어 보고 싶다.

 

 

 

 엔딩 크레딧에 요로나 설화로 만들어진 노래가 나오는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코코>에서도 이 노래가 나왔었다고 한다. 영화를 봤음에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내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자리 잡아 평생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같은 것을 표현하더라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참 신기하고, 예술의 신기함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멈추는 날이 올 지 알 수 없지만, 잦아 드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