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으로 걷는 자

 

※ 스포일러 있음..?

 

 부천영화제에서 손톱 먹은 쥐 설화를 다룬 작품이 두 개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봤을 당시에 바로 적었던 <쥐아내전>이고 나머지 하나는 5개월 지나 적고 있는 이 작품이다. 둘은 같은 소재를 다뤘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이 영화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이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집에 놔두고 자신은 그 집에서 탈출하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분신을 만들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이미 만들어진 분신이란 것을 알았을 때의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그 상황이었다.

 

 분신이라 하더라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 아니기에 본체처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인데 자신이 어떤 방법을 써도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것으로 느껴져 보는 나조차도 숨이 턱 막혔다. 영화에서는 사소한 것에서도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음을 잘 표현했다. 보는 나도 숨이 턱 막혀왔다. 저렇게 꽉 막힌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버지 본인 밖에 없을 것이다.

 

 이후에 분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본체를 보게 된다. 같은 '나'임에도 다른 삶을 살고 자신은 짓지 못하는 미소를 지으며 사는 것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잘 살고 있는 남에게도 시기 질투를 하는데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잘 살고 있는 자신? 내가 분신이었다면 나는 항상 불행한 존재로 살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 전보다 더 많이 우울했을 것이다. 

 

 본지 오래돼서 소재 위주로만 생각이 나는데, 후반에는 둘 다 그 집에서 탈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하지 않음, 근데 아니었으면 내가 화나서 바쁜 와중에도 리뷰를 썼을 것이다..ㅋ) 결국 그 분신도 자신의 일부기에 마주친 이상 놔두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보지 못 한 곳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들 크게 관심 갖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분신도 자신은 다시 그곳을 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완벽하게 도망치기 위해서 만든 것일 테니 말이다. 

 

 후반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니 더 쓸 수는 없지만 같은 소재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한 쪽은 유쾌하게, 한쪽은 무겁게 풀어내서 지루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내년에도 더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