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송 챌린지

 

※ 스포일러 있음

 

 

 영화가 현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감독 자신의 과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인지 나이 먹은 내가 알 방법은 없지만 걸스카우트 단장이 됐을 시절에 엄마가 음료수와 햄버거를 돌린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비자발적으로 된 것이고, 반장 같은 대표가 되었을 때 왜 부모님들이 음식을 돌려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음식을 받아먹을 때는 감사했지만 내가 그 입장이 됐을 때는 안 하겠다고 할 걸 그랬나 싶어 미안했었다.

 

 현재도 그런 문화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아이돌 팬들이 자신의 아이돌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서포트를 하고 커피차를 돌리는 것에 대입을 해보니 엄마도 나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반장 선거를 어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순수하게 반장감을 뽑아내는 것이 아닌, 아이패드라는 비싼 뇌물을 공약으로 걸어 반장이라는 직위를 돈으로 사려는 악당과, 반장이 되고싶지만 가난하여 햄버거조차 돌리지 못하는 주인공의 대결이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풀어냈음에도 유권자는 아이들이기에 주인공이 반징이 된다. 하지만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강제로 햄버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햄버거를 돌리기 위하여 햄버거 챌린지를 하게 된다는 씁쓸하지만 유쾌한 영화였다.

 

 사실 챌린지를 하는 과정은 딱히 재밌지도 재미 없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후에 나오는 조회수 올리기 방법이 킹 받게 재밌었다. 기자들도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 조회수를 얻어내고,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이 점을 이용하여 챌린지 영상을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들도록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어그로를 끌어낸다. 감동 신파로만 가지 않고 유쾌하게 부조리함과 현실, 현재의 문화를 반영하려는 모습이 보여 좋았다.

 

 그런데 너무 어그로를 끌어버린 탓에 2등 상인 햄버거가 아닌, 제주도 여행 패키지가 뽑혀버린 것이다. 다른 상을 목표로 열심히 하다가 1등이 되어버린 것은 다른 영화에도 있기 때문에 예상이 가지 않은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맛있는 김밥을 대신 돌려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것이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김밥이나 햄버거나 그닥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선호도 차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햄버거나 피자 위주로 돌리던 과거가 생각이 났다. 햄버거 피자는 빵처럼 간식 대용으로도 먹을 수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말이다. 가격차이가 커서도 있을까...? 근데 나도 김밥 받으면 반응이 그냥 그랬을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뭘 줘도 그냥 잘 먹긴 하지만 말이다. 

 

 여튼 아역들도 킹 받게 연기를 잘하고 연출도 좋아서 재밌게 봤다. 특히 친구역 맡았던 친구가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