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 스포일러 있음

 

 

 몇 번 썼던 것 같은데 나는 EMK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후기를 쓰게 되는 이유는 내 돈을 쓰지 않아도 보게 되는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일단 문화생활의 한 부분이기에 안 본 작품은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후회를 하는 패턴이다.

 

 몬테크리스토는 회전 무대를 잘 사용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다양해져서 크게 지루함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런 스토리를 보고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유치하고 남는 것이 없어서 재능 낭비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작품이 교훈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 그 자체로도 많은 것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싫어하는 이유는 그럴 가치가 없고, 캐릭터 사용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옛날 작품이기 때문에 여캐 사용이 적고 서사가 구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사소한 대사정도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감옥에서 탈출한 주인공이 만난 해적의 우두머리는 여성이었는데 계속 섹시하다는 단어만 사용하고 우두머리라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캐릭터가 납작하다. 크게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납작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면 쓸데없이 섹시하다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빼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 결이 맞지 않는 청록색 슈트를 입은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여캐는 넣어줘야겠는데 여캐를 써본 적이 없어서 남자에 환장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캐릭터들만 남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넘버는 방송에서 과장하여 표현하는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다. 갑자기? 여기서?의 느낌이 강해서 황당했다. 스토리도 엥스러운데 부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노래가 시작되니 집중이 되지 않고 웃겼다. 초반에 주인공이 판사에게 사상 검증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주인공은 무고했고 안전하게 귀가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진짜 주동자가 판사의 아버지 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판사는 주인공을 입막음해야 했는데 그 장면에서 갑자기 으아아아!! 우리 아빠가 반란군이었다니!! 이런 뉘앙스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제 약혼자가 자신이 없는 시간 동안 결혼을 했단 소식을 듣고 흑화하는 장면도 당황스러웠다. 스토리 자체가 충격적이어서 넘버 사용이 어색했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거진 10년을 감옥에서 썩혀있었다. 약혼자는 당연히 주인공이 죽은 줄 알고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성 없이 시간을 보냈던 주인공은 큰 배신감에 휩싸였다. 누가 보면 10일, 아니 10시간을 떠난 사람처럼 굴었다. 사람이 인정도 할 줄 알아야지 별 이상한 이유로 지옥에 보내버리겠다며 분노하는데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2막은 몬테크리스토의 복수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신을 감옥에 썩힌 주동자 셋(판사, 제 약혼자의 남편, 다른 한 명)을 물먹이는 내용이었다. 이미 내용을 포기했기 때문에 어떻게 복수하나 보자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고 그렇게 이야기가 끝이 나나 싶었다. 그런데 주인 공은 자기가 뭐에 홀린 듯 굴었다. 모든 복수를 끝내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좋으련만 막판에 죽은 제 선생 영혼이 나타나고 현타 온 모습만 봐서 끝까지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후회를 할 거면 복수 하나를 성공하고 찝찝함이라도 느꼈어야지 이건 그냥 수습 불가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사회성 없는 중2병 컨셉이면 끝까지 밀고 갔어야지... 그렇게 공허하면 자결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가 뭐라고 세상을 용서하는 척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상하수 벽에 있는 나무 표현과, 지하감옥 동굴의 전식(자신이 며칠동안 이곳에 있었는지 알려주는 표식), 헤엄치는 장면 등 볼거리는 많지만 이런 스토리를 들고 와서 보라고 하는 건 너무 속 빈 강정 같다. 내가 이렇게 길게 쓰고 있는 것조차 너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ㅠ 여성서사 극도 많이 가져오는 기획사임을 알지만 옛날 극은 좀 버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