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투 노멀

 

※ 스포일러 있음

 

 

 한국에 들어온 지 꽤 오래된 뮤지컬이었기에 언젠가 한 번은 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곤 '자식이 죽었다' 밖에 없었기에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음악을 쓰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냥... 그간 봐왔던 옛날 뮤지컬들이 그닥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지루하겠고, 음악도 그에 맞게 좀 잔잔하고 올드하지 않을까란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첫 넘버부터 나의 편견을 깨부시겠다는 듯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내가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왔구나.. 이건 나의 마음에 쏙 드는 뮤지컬이겠구나 생각했다. 끝까지 다 본 소감은, 넘버도 소재도 다 좋았다. 약간 불편한 점은 있었는데 옛날 극 소재의 문제라기보단 그냥 역할 지정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지적하기 애매한 부분이라 그냥 넘기기로 했다...

 

 어린시절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을 놓지 못하고 제정신이 아닌 채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를 이해하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살아있는 자식임에도 죽은 오빠의 뒤에 가려져 사랑받지 못 한 딸은 점점 어긋난 길을 걷게 된다. 

 

 보면서 마음이 아픈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당연한 말이지만) 가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되기에 정형화 된 치료 방법이 아닌 각자에 맞는 치료방법을 쓰는 것이 맞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게이브(죽은 아들)를 어머니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아버지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아버지를 방관자로만 생각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부부는 다른 방식으로 아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먼저 떠난 이를 기리는 방식이 다양한 치료 방법처럼 각자 다른 건데 슬픔에 강하게 잠식되어 있는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인식하지 못했다. 

 

 둘 다 무너지면 힘들기만 할 뿐이기에 숨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내에게만 진심을 털어놨더라면 조금 더 빠르게 슬픔을 털어내고 일어서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 결과를 보기 전까지 뭐가 더 나은 방식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해하는 방법이 잘못되기는 한 것 같다. 스스로 일어서기를 택한 어머니처럼, 아버지도 생각 환기를 잘하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애정을 받지 못 한 딸이 계속 눈에 밟혔다. 딸이 죽고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이야기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을까? 싶지만 이 이야기는 그저 죽은 이를 기리는 방식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상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딸이 마약으로 자신을 자해한 것이 더 큰 방식으로 바뀌거나 했겠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을 것 같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극이 무겁게만 진행되지 않고, 중간중간 유머도 섞여있어 재밌게 관람했다. 특히 새로운 곳에서 진료를 받는데 의사가 락스타로 보이던 장면이 인상깊다.

 

 

요건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넘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