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라이즈 블리딩

 

※ 스포일러 있음

 

 

 올해 부천 첫 관람작! 소식을 접하고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는 정말 내 취향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냥 정신없을 것 같고 장르 자체가 취향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근데 뭔가 계속 눈에 밟혔다. 그래서 여러 개 있는 트레일러도 찾아보고 이것저것 많이 봤었는데 한국판 트레일러에 쓰인 음악과 케이티 오브 라이언 배우의 몸이 내 취향이라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예매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너무나 내 취향이었고 안 봤으면 지옥에서 울었을 것 같다. 과거의 나를 때려주고 싶었다.

 

 로맨스를 너무 좋아해서 만화책도 많이 보고 소설도 많이 읽으려 노력하는데 이 미친 레즈로맨스는 다양한 장르를 한 영화에 담아 보여준다. 첫 눈에 서로의 운명을 알아본 연인, 질투 나서 싸우는데 자기라고 꼬박꼬박 부르며 서로를 놓지 않으려 하는 연인 등등...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려고 하는 거였다. 너무 사랑해서 대신 지옥에 가려고 하는 미친 커플이 러닝타임 내내 존재한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다고 사랑이 힘들다고 하는데 달달해서 계속 이를 깨물고 있었다. 그냥 도파민이 확 돌아버렸다.

 

 자신의 애인을 울게 만드는 놈을 그냥 잡아 죽여버리고 그런 제 애인 잡혀갈까봐 살해현장 청소해 주고 시체까지 능숙하게 처리하는 이 미친 커플... 서로가 서로의 죄를 덮어가면서 사건이 전개되는 게 재밌었다. 그게 오로지 '사랑'때문에 일어난다는 게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잭키가 영화내내 점점 커지더니 후반에는 아예 거인이 되어버린다. (은유 아니고 찐임) 거인이 된 잭키는 루를 죽이려는 루의 아버지를 손쉽게 제압하고 난 뒤 둘이 행복하게 뛰어가는 장면은 어이없는데 또 귀엽다. 누구는 부천 스타일 아니라고 했는데 나는 부천스타일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잠든 잭키를 깨우지 않고 혼자 시체 질질 끌고 가다가 힘들어서 담배피는 루까지... 그 앵글이 너무 귀엽고 달달했다ㅋㅋㅋㅋㅋㅋ 아니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장면에서까지 이렇게 달아도 되는 건가ㅠㅠㅠ 진짜 이런 로맨스 어디서 또 봐... 보는 내내 행복했다.

 

 GV에는 주연배우가 아닌, 루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온 안나 배우가 나왔는데 오히려 재밌었다. 주연이나 감독만 왔었다면 오히려 데이지 캐릭터를 잊었을 것 같다. 데이지는 루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오는데 루를 너무 사랑해서 루가 잘못한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부담스러운 사랑이지만 데이지조차 미친 로맨스를 보여주기에 한 장르의 로맨스만을 좋아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담배 끊었다는 루의 말에 과감히 자기도 끊을까라고 망설임없이 말하는 여성 어떤데...ㅠㅠㅠㅠㅠ 그리고 마냥 강인할 것 같았던 잭키가 중간중간 말랑해지는 것도 너무 귀여웠다. 그냥 다 좋았다. 나는 이 레즈커플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올해 영화제도 느낌이 좋다... 시작부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