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헛간에 누군가 있다

 

※ 스포일러 있음

 

 

 노르웨이의 'Fjøsnissen(이하 니제)'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니제는 노르웨이의 헛간 엘프인데, 엘프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면 엘프는 농장에 큰 번창을 가져오고 반대로 엘프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심기를 거스른 이들을 해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노르웨이로 이사 온 주인공 가족은 엘프의 존재를 몰랐다. 루카스(아들)만 엘프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아직 어린아이의 말이라 그런지 동심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긴다. 그러니 루카스가 이런 행동은 엘프가 싫어해요! 울부짖어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엘프의 심기를 거스른다.

 

 엘프가 화가 나 자신과 가족을 해할까봐 무서웠던 루카스는 니제의 존재를 알려준 박물관 주인에게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보지만 최후의 방법도 실패로 돌아간다. 쌀죽 대신 아버지가 만든 맛없는 루테피스크를 건네보지만 엘프의 화를 끝까지 돋우게 할 뿐 화해를 하지는 못했다. 루테피스크를 건넨 이후 엘프의 살육은 시작된다. 

 

 정신없이 엘프의 공격을 피하다 가족은 위층에 고립되고 1층은 엘프들이 점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공적인 빛도 시끄러움도 변화도 싫어하는 엘프들이 찬장에 있는 술을 마시고 꽐라가 되어 광란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장면이 정말 웃겼다ㅋㅋㅋㅋㅋ 그렇게 보수적이던 애들이 술에 취해 개저씨처럼 행동하고 베개 싸움을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프들이 1층에서 즐기는 동안 가족들은 노르웨이에 와서 더욱 멀어진 가족 간의 거리를 좁혀간다.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깊은 속마음을 꺼내며 끈끈한 가족으로 성장한다. 도망이나 가지 왜 거기서 그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배경이 크리스마스니까 가족끼리 행복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야...

 

 이후 아버지와 아들은 썰매타면서 엘프와 조악한 추격전을 벌이고 안에 남은 모녀는 96% 알코올로 오너먼트 폭탄을 제조하여 엘프들을 제거한다. 고어 액션을 보여주면서 끝까지 크리스마스 콘셉을 놓치지 않아 너무 귀엽고 만족스러웠다. 이런 영화 아니면 어디서 끔찍깜찍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썰매를 타고 가다가 길가던 무스를 마주한다. 영화 초반에 새끼 무스에게 말을 걸다가 아버지 무스에게 공격을 당할 뻔 한 장면이 떠올랐다. 괜히 넣은 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아버지와 아들은 무스를 피하고 뒤에서 쫓아오던 엘프는 무스와 (살짝) 부딪치게 되어 화가 난 아버지 무스가 엘프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오겠구나! 기대를 했는데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화가 나 공격을 벌이게 되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고 맛있는 쿠키도 거리낌 없이 주었던 아들에게 미련이 남았던 엘프는 다시 주인공 가족을 도와주게 된다. 중간중간 망설이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렇게 마음을 돌릴 거란 생각을 못했어서 약간 아쉬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는 캘리포니아 사고를 가진 아버지의 사고가 결말까지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납득하게 되었다. 살아남았으면 됐지 뭐~~!!

 

 집이 다 박살났어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참 한결같아 웃겼다. 노르웨이에 오는 것을 가족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낭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누군가는 답답하게 여길지 몰라도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봐야지......

 

 그냥 썰어버리는 B급 하드고어일 거라 생각했는데 블랙코미디 요소도 많고 꽤나 짜임새 있어서 귀엽고 재밌게 관람했다! 매우 매우 만족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