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 다루는 법

 

※ 스포일러 있음

 

 

 좀비를 다룬 영화들은 정말 많았지만 좀비를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궁금했다. 지금껏 우리가 봤던 좀비영화는 이름 모를 바이러스로 시작되어 이것도 이미 초토화된 상태에서 좀비로 살아 돌아오는 건가? 생각했는데 정말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살아나면서 진행이 됐다.

 

 영화에는 세 가족이 나오는데 세가족 다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이야기보다는 그들의 방식에 초점을 두어 영화가 전개되는 게 인상 깊었다. 결국 사랑의 형태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는데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엄청난 신파를 보여주지 않아도 그들의 애정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계속 눈물이 났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다시 돌아온 제 애인을 가꾸어 주면서 거기 어딘가에 있는 거 맞냐고 물어보는 장면이었다. 살아돌아오긴 했어도 시체의 모습을 하고 있고 말을 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과거 제가 알던 사람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리뷰에서도 적었듯 나는 몸보단 의식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살아 돌아온 이들이 껍데기는 같아도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의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몸의 전 주인에게 주었던 사랑을 퍼주는 것이다. 실제로 저 상황이 오면 이렇게 구분짓지 않고 나도 전과 다름없이 대하겠지만... 일방적인 사랑임을 알면서도 애정을 준다는 게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좀비의 공격성을 들어낼 때도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대한다. 토끼를 죽인 어머니를 보면서 제 어머니는 완전히 죽은 것이라 인정하는 딸, 제 애인이 자신을 공격함에도 저항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할머니, 아이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이 되기 전에 물 속에 가둬버리는 어머니.. 숨 쉬고 있는데도 죽었다고 인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아픈데도 사랑하는 애인을 말리지 못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얼마나 무서웠을까... 깊고 차가운 강에 아들을 넣을 때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계속 상상이 돼서 힘들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영화 자체는 대사도 별로 없고 사건 진행도 없어서 건조한데 건조하기 때문에 더더욱 슬픔이 밀려들어왔다. 원작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나한테 너무 묵직하게 펀치를 날린 작품이라... 꼭 읽어봐야 될 것 같다... 진짜 사랑이란 뭐길래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을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드는 걸까 생각하게 만들어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