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배스

 

※ 스포일러 있음

 

 

 예나 지금이나 자살은 금기된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고인의 입장에서 생각이라도 해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살을 연구하여 만들어진 이 영화는 과거의 삶을 잘 담아냈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버거워하는 인물의 심리 묘사까지 완벽했던 작품이었다.

 

 타지로 넘어와 가족들은 볼 수 없고, 남편과 남편의 가족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속내를 알 수 없어 마음만 급해져 간다. 잘해보려 했던 행동들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날을 거듭할수록 마음의 짐만 늘어난다.

 

 아그네스는 아이를 낳고 싶었다.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제대로 된 관계를 해주지도 않고 아그네스는 계속해서 기도만 할 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을 보필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가장 큰 역할이었을 터인데 모든 게 다 잘되지 않은 것이다.

 

 와중에 자살을 한 마을 남자가 땅에 묻히지도 못 하고 끌려가는 장면을 보게 된다. 자살은 죄악이고 지옥에 떨어지는 행위 었기에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기댈 곳이 없었던 아그네스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쥐약을 먹고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신부님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지만 남편을 쥐약을 뱉어내라고 할 뿐 신부님을 부르지 않았다. 고해성사를 하면 어떤 결말이 펼쳐지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편은 아그네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그네스를 어찌해야 할 지도 몰랐다. 마음속 우울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으로 뒷목에 머리카락을 꿰매어 우울할 때마다 당길 수 있게 치료를 받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먹히겠는가. 옛날 사람들이 어쩌다 그런 기막힌 행위까지 하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너무 소름 끼쳤다. 신경 쓰여서 피어싱도 못하는 나에게 그건 너무 끔찍한 시술이었다.

 

 결국 아그네스는 무고한 아이를 죽이고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영화 초반 폭포 속에 아이를 던진 뒤 고해성사를 하러가는 여성과 똑같은 행위를 아그네스가 하는 것이다. 여성은 목이 잘리고 어떠한 죄를 저질렀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시체 또한 치워지지 않고 폭포 앞에 전시되어 있었다.

 

 자살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아그네스가 죽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지만 공개 처형을 당하는 것이고 땅에 묻히지도 못하는데 모든 죄가 사해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결국 땅에 묻히지 않는 것은 똑같고 계속해서 전시되는데... 그게 정말 지옥에 가지 않는 일이라 믿는 걸까? 항상 종교를 과도하게 믿는 사람들이 신기했지만... 정말 집단 주술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살이 아니더라도 이상한 믿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을 생각하면 참 착잡하다.

 

 잘려나간 목에서 뿜어지는 피분수에 사람들은 춤추고 환호한다. 그 피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이 징그러웠다. 그것을 마심으로써 자신들의 죄도 없어질 거라는 믿음이 징그러웠다. 사람이 앞에서 죽었는데 어찌 그리 해맑을까.. 정말 광기가 제일 무서움을 깨달았다. 너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서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죽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피해자는 아이들이었다. 이 괴상한 믿음에 희생된 여성과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도 자살하면 지옥에 갈 거라 믿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순수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힘들때 어딘가에 기대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믿음이 자신을 잡아먹게 놔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들 그냥 적당히 쉬어갈 쉼터로만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힘들겠지...ㅜ 오늘도 이상한 믿음이 싫어지는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