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IFAN 온라인 단편작 후기 1

 

※ 스포일러 있음

 

올해 온라인 단편작을 열여덟 작품정도 봤는데 단편 작품들은 후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몰아서 쓰기로 했다. 나름 비슷한 느낌으로 모아보고자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섞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체화>

 

 이 작품은 부천에선 오프라인으로만 상영했다. 하지만 작품이 뜰 당시에 다른 영화제에서도 상영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서 감사하게도 영화제 시작 전에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영화제에서 상영하지 않았다면 시간표가 맞지 않아 못 봤을 것 같다.

 

 꽃이 좋아 꽃 그자체가 되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생물의 본질인지는 몰라도 자신과 다르게 사고하거나 행동하는 이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그 사람이 자신보다 아래의 위치라고 여기면 그걸 ‘틀림’이라 인식한다. 

 

 솔직히 나도 남성과 여성 이외의 성별을 말하는 사람들을 좋은 인식으로 바라보는 편은 아니다. 애초에 남성과 여성은 유전자로, 각자의 다른 기능에 따라 구분 지었을 뿐인데 자신을 여성이라 바꾸어 말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편견의 산물인 것 같다. 여자다운 게 뭔데… 남자다운 게 뭔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뒀으면 꾸미는 걸 좋아하는 남성들이 자신이 여성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 아냐…ㅜ

 

 영화로 돌아와서 다빈(주인공)은, 생식기가 꽃으로 되어있는 꽃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식은 물이고 광합성을 좋아한다. 다른 아이들 처럼 밥을 먹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여겨 다빈의 뒤를 밟게 된다. 다빈의 뒤를 따라간 곳에서 본 것은 다빈이 자신의 꽃을 꺼내어 자유롭게 광합성을 하는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는 생식기를 포함하여 몸 전체가 꽃으로 뒤덮이게 나오는데, 이후에 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에선 생식기만을 말한다. 그래서 의아했다. 몸 전체가 꽃이 됐는데 왜 생식기만 말하는 걸까…?? 이걸 GV에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시간표 짜다보니 빼게 되어서 못 물어봤다. 그냥 영화적 표현인 걸까.. 여튼 영상미가 좋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놀림을 받은 다빈이 아이들의 급식에 자신의 씨를… 뿌려 아이들의 생식가도 꽃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꽃이어서 그렇지 찐으로 생각하면 쫌 마니 디스거스팅했을 거 같았다ㅋㅋㅋㅋㅋㅋ 또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아서 더 생각하진 않겠다…ㅎ

 

 당황스러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한 아이들은 꽃을 없애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행하지만 신체의 일부가 된 거라 아프기만 하다. 결국 자신의 꽃을 받아들이고 다빈과 함께 광합성을 하며 단체로 꽃이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참 예뻤다. 미드소마가 떠오르기도 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꽃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내려가면서 온 몸에 꽃이 피어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한쪽은 평화롭고 다른 한쪽은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되어 보는 맛이 있었다. 내용도 탄탄하고 제대로 된 단편영화를 본 기분이라 정말 정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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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 BPM>

 

 상훈은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4000개의 줄넘기를 한다. 3999에서 멈춘 만보기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줄넘기를 돌린다. 처음 생각했던 스토리는 나머지 1보를 채우기 위해 각종 행동을 하는 어린이의 기발하고 엉뚱한 영화였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몽글몽글한 스토리 었다.

 

 자신을 훔쳐보는 아이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기둥에 몸을 숨기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훔쳐본다. 이후 같이 주차장에서 즐겁게 뛰어놀지만 그래도 만보기는 작동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포기하려는 와중에 키가 커진 것 같다는 아이의 한 마디에 심장도, 만보기도 움직이는데 그게 정말 귀여웠다. 악동 스토리가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아이도 떠나고 주인공도 4000이 된 만보기를 들고 집에 들어가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아이들의 인연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얘들아 친하게 지내 행복하게 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