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데레우스

 

※ 스포일러 있음

 

 

 작년엔가 충무 블랙에서 했을 때 무대가 정말 예쁘단 얘기를 들었고, 오다가다 포스터가 너무 예뻐서 관심을 가졌던 극인데 티켓팅이 귀찮단 이유로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 올해 볼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극장을 향했다. 의자에 앉은 순간 충무 블랙에서 했을 때 볼 걸 이란 생각이 확 들었다... 단차는 좋은데 의자가 너무 불편해... ㅠ 그래서 극의 재미와 상관없이 대체 언제 끝나나 이제 끝날 때 된 것 같은데로 머릿속이 뒤덮여서 좀 많이 괴로웠다.

 

 극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솔직히 배경 지식이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싶었지 반 이상은 못알아 들었다. 어디서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내용물은 전혀 기억 안 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이름만 생각나지 뭐하던 사람인지 생각도 안 났다 ㅎ 케플러는 엥 초면 이러다가 마지막에 케플러 망원경 이러니까 아~ 그 사람이구나 싶었고. 극에서 망원경이 많이 나와도 케플러 망원경을 떠올리지 못한 멍충함에 치얼스... 

 

 실화 기반에 상상을 더해서 만든 극이라 더 자세히 파본다면 파볼 수 있겠지만 나에겐 그럴 체력과 열정이 없으니 패스 그냥 대체 왜 책 이름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인가 일부러 웃기게 만든 건가 싶었는데 실제 책 이름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였고, Nuncius가 message, messenger를 나타내는 말로 주로 사용되었다기에 걍 입 다물기로 했다. 무식한 게 이렇게 영향을 준다 ㅎ 근데 사용 '되었다'는 걸 보면 저게 어원이 되는 건가? 그거까지는 검색해도 잘 안 나와서 모르겠다.

 

 케플러가 갈릴레오를 열심히 꼬시고(성적으로 꼬신 게 아님...) 같이 연구를 하는 장면들도 참 재밌고 좋았지만 그걸 다 덮어버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교회였다. 진짜 안그래도 의자 불편해서 짜증 나는데 계속해서 자기 말이 맞다는 예수쟁이들을 보고 있으니 속 터져 죽을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책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드니 정말이지 정을 붙일래야 붙일 수가 없다. 현재 한국을 힘들게 만드는 것도 그 욕 나오는 신앙심이고... 진짜ㅠ 예술에 성경 배경으로 한 것이 많아서 흥미롭긴 한데 걍 판타지로 흥미로운 거지 정말 실제로 하느님이 이렇게 우리를 만드셨고! 하느님이! 하느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다 하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난 너무... 너무 신기하고 답답하다.

 

 신을 믿는 건 상관 없는데 진화론에 대한 근거들이 정말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창조론이 맞다고 교과서에서 지우려고 했던 것도 정말 어이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극에서 예수쟁이들의 미친 행동들을 보니 다 보고 남은 게 예수쟁이들은 대체 왜 저럴까였다. 진짜 일반화하고 싶지 않은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일반화를 자꾸만 하게 된다. 계속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하는 것도 싫고 저는ㅠ 환생도 없고 천국도 지옥도 없고 죽으면 그냥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ㅠ 강요하지 마세요 씨앙...

 

 마리아도 초반에 답답하긴 했지만 수녀원에 들어가게 된 과정을 보고 있자니 그냥 딱했다. 아빠랑 얘기하고 같이 하고 싶은데 아빠가 방에만 갇혀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니 외롭고 쓸쓸했겠지. 갈릴레오도 연구에 집중해야 하니 이해는 하는데 그냥... 노크하면 좀 들어주고 설명해주면 덧나나 싶었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끝까지 망원경을 안 보려 했지ㅠ 결국에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로빈에서도 얘기했지만 소통이 중요하다고요 소통이!!!!!!!!!!!!!!!!!!

 

 욕은 이쯤에서 끝내고... 무대 진짜 예뻤다. 초연이랑 똑같이 가져왔다고 하는데 충무 블랙에서 봤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거기는 원형이잖아... ㅠ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크다. 조명도 되게 잘 썼다. 특히 별자리가 다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첨엔 영상인가 싶었는데 그 장면만을 위해서 객석을 쏘는 프로젝터를 달았을 리도 없고.. 영상답지 않게 별자리가 그냥 띠용하고 나오지도 않아서 쳐다보니 조명이었다. 업체에서 해주겠지만 고보 만들기 힘들겠다 싶었다. (난 고보 만들어 본 적도 없어서 저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름 ㅎ)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건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무대에 곡선으로 나오는 조명. 단순하긴 해도 그냥 그게 좋았다.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 보면서 예쁘다 예쁘다 많이 생각했는데 넘버 제목도 모르고 내용 이해하기에 급급해서 그런가 금방 까먹게 된다ㅋㅋㅋ 아! 그것도 책을 행성 위치에 따라 놓은 뒤에 책 위에 쏘아지는 조명 이것도 되게 별 거 아닐 수는 있는데 그게 되게 형광으로 보이는 기분이라 예쁘다고 생각했다.

 

 영상도 예뻤다! 극의 분위기에 맞게 그림체(?)도 예뻤고, 조명이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주어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 극에 녹아들었다. 근데 음... 초반이랑 후반에 나오는 라이브캠은 갑자기 현입하게 돼서 놀랬다. 나쁘진 않은데 그림체가 달라지는 기분이랄까. 내용에서는 망원경도 이제 겨우 탄생했고, 사람들은 과학에 무지한데 그런 초현대 문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영상만 나오는 게 아니라 케플러가 상상한 그 거미줄 웅앵도 같이 깔아줘서 괜찮았어... 요즘 무대 영상이 어떻게 되어야 예쁘단 소리를 들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데레우스를 보며 역시 무대를 대신하는 게 아닌 적당한 조력자 역할에서 영상이 쓰여야 예쁘구나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이다.

 

 내가 예매한 게 아니라 몰랐는데 스페셜 커튼콜이라고 넘버 하나를 다시 시연해주는 이벤트를 했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봤다. 근데 상수 쪽에 앉아가지고 쫌 많이 치우쳐져서 슬프다... 센터에서 찍었음 얼마나 예뻤을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