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IFAN 온라인 단편작 후기 7

※ 스포일러 있음

 

올해 온라인 단편작을 열여덟 작품정도 봤는데 단편 작품들은 후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몰아서 쓰기로 했다. 나름 비슷한 느낌으로 모아보고자 했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섞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런, 조니, 런>

 

 자살을 하기 위해 자취방에 모든 문을 막았지만 언제부터 같이 있었는지 모르는 바퀴벌레는 방을 누비고 다닌다. 죽을 용기는 있었지만 벌레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죽을 만큼 싫었던 주인공은 제 자살을 말리지 않을 지인에게 전화를 한다. 친하지 않았기에 지인은 죽을 용기만 있고 바퀴벌레는 무섭냐며 정말 쓸모없다며 타박을 한다. 마침내 바퀴벌레를 잡은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바퀴벌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가 신선했다. 바퀴벌레의 시점임에도 푸드덕대는 앵글은 나도 소름이 끼칠 만큼 싫었다. 기절할 것만 같은 생생한 모습에 끔찍하다가도 잘 만들어졌음을 알게 한다. 죽기 전까지도 바퀴벌레는 싫은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다. 내가 쓰러지는 순간에 잘 죽지 않는 놈이 내 몸을 기어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것보다 싫은 것은 없을 것이다.

 

 막말을 내뱉는 지인은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고 애정 없는 타인의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본다. 인터넷 글에도 힘들다는 말에는 고공감하지만 저에게 피해를 주는 타인은 죽을 듯이 싫어하고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고인에게 피해를 주고 죽었다며 타박하는 시선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이상했다. 바퀴벌레를 잡은 주인공에게 이제 너 쓸모 있다고 말하는 것도 기분이 이상했다.

 

 바퀴벌레의 시점으로 진행됐기에 죽은 뒤에는 영상이 나오지 않아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죽을 용기를 얻었기에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공감 가면서도 현실적인 공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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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유 없이 변신하는 것과 어머니, 그리고 사회에서 멸시받는 카프카의 <변신>을 차용하여 각색하였다. <변신>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에 기대를 하고 봤는데 기대 이하라는 말보단 그냥 별로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카프카의 <변신>의 중요 포인트는 하루아침에 바퀴벌레가 되어 제대로 된 일상생활도 하지 못한 채 방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자아가 무너지고 가족들도 그레고리가 아닌, 바퀴벌레로 인식해 가면서 어떻게 취급을 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밤에만 변신을 하고 낮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한다.

 

 제 의지가 아닌 변신을 한다는 것에도 영화의 주인공도 억울하겠지만 자아를 잃은 채로 피해를 주고 다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그냥 변신해서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딱히 별로 하지 않는 모습에 어쩌라고... 란 생각이 절로 났다.

 

 멸시라는 것도 주인공이 흑인이라 차별받는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백인 모녀도 그에게 친근함을 보였고 무시당하는 건 그냥 경비원이라는 지위정도... 정확히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 느껴지지 않았다. 

 

 카프카의 <변신>을 각색했다고 굳이 고지하지 않아도 아무도 그 작품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이름값으로 홍보하려고 써넣은 것 같아서 더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