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IFAN 온라인 단편작 후기 8

※ 스포일러 있음

 

올해 온라인 단편작을 열여덟 작품정도 봤는데 단편 작품들은 후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몰아서 쓰기로 했다. 나름 비슷한 느낌으로 모아보고자 했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섞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지개다리>

 

 반려동물의 임종 전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클리닉 센터가 생겼다. 19년 동안 동고동락한 티나와 미무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클리닉 센터의 주인 부부는 에너지 상성이 좋은 티나와 미무를 무지개다리와 현실을 잇는 채널로 이용하고자 은밀한 준비를 한다. 그들이 준비하는 동안 티나와 미무는 다른 차원에서 조우하여 그동안 못 나눈 대화를 나누게 된다. 비현실의 공간이라 꿈처럼 배치된 건물들과 비비드 한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미무의 긴 혀도 마음에 들었다.

 

 현실의 티 나는 점점 발작하지만 비현실의 공간에선 티나와 미무는 그들이 자주 불렀던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있다. 마지막에 미무는 '날 많이 안아줘서 고마웠어'란 말을 남기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정신없는 와중에 훅 들어오는 진심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늘 하고 싶었던 말인데 말이 통하질 않으니 전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모든 언어가 통일된다면 얼마나 좋을까ㅜㅜ 나도 우리 물고기들과 거북이에게 고맙단 말을 들을 수 있는 주인이 되고 싶다..

 

 미무와의 마지막 인사를 마친 티나는 고맙다며 센터를 떠난다. 이후에 센터는 무지개다리와 연결된 통로가 되며 끝나는데 인사를 못 나눈 강아지들이 달려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니 정말 귀여웠다ㅋㅋㅋㅋ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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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당나귀의 날>

 

 동물의 숲을 플레이할 때도 동물 친구들이 있는 게임인데 생일파티에 피냐타가 있어도 되나 싶었던 적이 있다. 애들이 준비해 준 생일파티는 너무 감동적이지만 피냐타는 굉장히 폭력적이니까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늘 품고 살았다. 그래서 이 작품에 더 관심이 갔다. 배고픈 새끼들을 위해 가장이 음식을 구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 짧은 이야기인데, 그 와중에 인간 나빠를 몇 번이나 외치게 만든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건 살짝 벗겨내어 당나귀의 가죽만을 사용하는 거였는데 가죽과 분비물은 버리고 내장에 각종 사탕을 채워 넣는 방식을 택해서 더 나쁘게 느껴졌다. 새 가죽으로 갈아입은 당나귀는 생일파티의 메인이 되는데 잘 못 맞아 눈에 들어온 레몬즙에 눈물을 흘리는 것도 불쌍하고 사후경직으로 동공 확장되는 것까지 표현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귀여운데 표현할 수 있는 건 다 표현해 버린 고어물이었다.

 

 애기들도 쫄쫄 굶어 죽었는데 너희는 발견되지 말고 끝까지 당나귀인 채로 사라지길 바랄게 ㅠㅠㅠ 불쌍한 당나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