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 스포일러 있음

 

 

 바디호러 무비라고만 듣고 그 어떠한 내용도 접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취향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음악, 연출, 연기, 색감 어떠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You Are One'이라는 말을 계속 인지하고 살아가야 하므로 스파클과 수가 같은 코트를 입는 사소한 연출이 좋았다. 처음 수가 태어나고 스파클이 쓰러졌을 땐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두지 말고 이불이라도 깔아주지 싶었지만 그것보다 더 한 취급을 시작하는 수를 보며, 언제부터 다른 자아임을 인식한 걸까 궁금했다. 처음부터였을까? 그렇다면 수건을 깔아준 것은 단순한 배려였을까?

 

 이 영화를 여성에게 바라는 기대와 미모,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강박적인 미의 시선에 대해 꼬집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 외에도 많은 것들이 보였다. '노인 혐오'라던가 장애에 관한 것 말이다. 

 

 사실 둘 다 현대인들의 시선에서 '예쁜' 존재들은 아니기에 '미(美)'에 관한 차별이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기에 그다지 거대한 발견은 아니다. 그냥 그 취급에 관하여 나오기에 그간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생각을 가졌달까..

 

 수가 스팽글의 시간을 빼앗으며 스팽글의 고속노화가 진행된다. 제 몸을 빼앗는 수에게 위협을 느끼며 체험을 종료해야만 했던 스팽글은 수에게서 저의 과거를 보고 수에게 주어진 기회를 빼앗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꾼다. 젊은이는 기회가 많기에 한걸을 물러나는 모습이, 계엄령 당시 젊은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대신 총을 맞겠다는 각오고 밖을 나오는 노인들과 닮아있었다.

 

 자신들도 더 많은 것을 보고싶을 텐데 주변의 시선과 더 이상 받쳐주지 않는 체력, 잘 오지 않는 기회 등등... 기계가 부식되면 바꾸는 현실이기에 자신들이 희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것이 참 슬펐다.

 

 그렇지만 수는 자신을 없애려 시도했던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원본이 있는 몸이라 해도 욕심이 생기고 자신만의 삶을 구축해 놨기에 당연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수와 스팽글은 하나고 수는 스팽글 없인 살 수 없다. 부모 자식 관계와 달리 스팽글이 죽으면 수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중요한 때에 하나씩 부식되는 제 모습을 보며, 더 나은 자신을 갈망한다. 애초에 규칙을 잘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자신만의 결함이 있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기에 더욱이 못생기더라도 자신의 존재자체를 시간이 흘러가며 변화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자신을 바꾸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데미무어가 제 모습과 수를 비교하며 화장을 계속해서 고칠 때는 정말 화면 안으로 들어가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이 늙었음에도 예쁘다 말해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 그마저도 무너질 것이라 걱정하는 맘을 잘 알고 있기에 내 말이 닿지 않더라도 현재도 충분하다고, 그 자체로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수가 마지막으로 깬 규율은 활성제 재활용이었는데 이후에 탄생한 형태는 어떤 것조차 제자리에 있지 않았다. 영화에서 그를 '괴물'이라 불렀다. 그 존재조차도 자신의 몰골로는 TV쇼에 나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스팽글의 사진을 잘라 제 얼굴 위치에 붙이고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 존재 자체의 형태가 징그럽기보단 그 와중에도 '미(美)'를 챙기려는 모습이 징그러웠고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도 굽있는 구두를 판매하며 제 입맛에 맞는 미(美)를 추구하게끔 주입하는 사회는 이런 영화가 몇 번이고 나와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암울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배우가 예쁘다는 '칭찬'과 수를 따라 하는 메이크업 영상이 즐비한 것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예뻐지면 인기가 오르는 사회기에... 나라도 예쁘다는 말을 줄여보기로 한다. 요즘도 잘하지 않지만 무의식에라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