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 스포일러 있음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땐가 친구가 이 영화의 장면에 대해 서술해준 적이 있다. 커터칼심을 부러트리고, 그걸 모아 입에 넣어 삼키라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고 그 당시의 나는 고어를 좋아하지 않았어서 절대 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영화였다.

 

 공포영화, 고어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잘 생각나진 않는데 대충 대학 졸업반쯤이었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영화를 거의 안 보다시피 해서 취향을 잘 몰랐다가 그 시기에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영화를 자연스럽게 많이 보게 되어서 취향을 알게 된 게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비디오 빌려서 <분홍신>이란 공포영화를 반 친구들이랑 다 같이 보는데 나 빼고 다 무서워했었고...(나는 보면서 분홍신을 그렸다가 애들한테 욕먹었었다.) <폰>이란 영화도 집에서 혼자 잘 봤고... 그냥 특정 영화를 무서워 한 거지 (유치원 때 본 처키라던가.. 일본의 농구공 귀신이라던가 사실 농구공 귀신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었는데 그때 기가 약했었는지 한 달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어서 그냥 무서웠다고 치는 중이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며 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취향을 찾게 된 이후로 괜찮은 공포영화가 없나 생각하던 도중에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바로 봐야겠다 마음 먹고 영화 플랫폼을 다 돌았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이 영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네이버, 구글 플레이 무비, 유튜브 무비,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등등... 진짜 앵간한 곳은 다 둘러봤는데 없었다. 나중에 올라오겠지 하고 2년을 기다려도 없었다. 진짜 어둠의 경로로 봐야 하나 나쁜 고민을 하다가 그냥, 홀린 듯이 알라딘에 이 영화를 검색했었는데 중고 DVD가 있었다. 

 

 내가 영화나 드라마나 재탕을 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애초에 DVD는 생각도 안 했었던지라 보게 될 방법을 찾았는데도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 구매하는 DVD가 공포영화라니... 공포영화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그냥 찝찝해서 소장도 잘 안하는데 실물 소장을 하려니까 되게~ 고민이 됐다. 친구가 어둠의 경로로 먼저 보고 DVD를 사라는 말도 했었는데...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았고.. 일하면서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니까 그냥 눈 딱 감고 결제했다. 진짜... 내가 처음 산 딥디.. 공포영화...ㅜ 

 

 

 

 

 사는 김에 퀄리티 좋은 걸로 샀는데도... 찝찝함은 어쩔 수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쩌겠어 보고싶은데... 엄마는 공포영화 싫어해서 엄마 없을 때 봐야 했는데 엄마 없는 아침에는 내가 밀린 게임을 해야 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추석 연휴에 드디어 보게 됐다. (와! 드디어 영화 얘기를 할 수 있다!!ㅎㅎㅎㅎ)

 

  영화의 첫인상은 와 진짜 옛날영화다! 이거였다. 화질도 그렇고, 배우들의 스타일링도 그렇고... 특히나 선생님 집에 학생들이 한 명씩 올 때 나온 카메라 액팅이... 캠코더로 찍은 것처럼 줌인 줌아웃이 매우 화려했다. 아니... 화려한 거 괜찮은데 진짜 정말 쓸데없이 화려해서 멀미날 뻔했다. 연출 의도를 알 수 없었음... 뭐가 있는 장면도 아니고, 있다고 하더라고 줌인 줌아웃이 전혀 필요 없었는데...? 너무 정신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 뒤로 그런 화려한 액팅은 없었어서 정말 다행^^!

 

 아픈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선생님을 보필하던 학생 미자가 친구들을 불러 동창회를 열고, 친구들이 한 명씩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동창회에 참석한 친구들은 다들 선생님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여기까지 파악한 나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선생님을 죽이고, 목격자들까지 다 죽이는 영화인가 생각했다. 작당 모의해서 선생님을 고문하는 건가 생각도 했지만, 초반에 형사들이 본 사건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었고, 선생님의 남편도 오래전에 자살했었으니까 가족을 몰살(?) 하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다른 전개로 이뤄졌다. 젤 처음 식사자리에서 깽판친 세호가 죽음을 당해서... 그것도 걍 죽은 게 아니고 초반에 설명한 커터칼을 삼키며... 이게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장면을 본 후기를 먼저 적어보자면 생각보다 적나라하게 안 보여줘서 괜찮았다. 그리고 피해자의 고통을 오래 보여주는 게 아니고 넣고, 물 붓고, 앵글 바뀌어서 피 토하고 이게 해봤자 1분? 30초도 안 보여준 것 같은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오래 보여줬다면 나도 거북했을 텐데 순식간에 지나가서 음 죽었군 딱 이 정도로 끝났다. 결론은... 그렇게 잔인하지 않았다고...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쏘우보다 괜찮은 편 아닌가 막 너무 고어하다고 욕먹은 거에 비해 볼만하고, 적당한 때에 치고 빠졌다고 생각해서 난 나쁘지 않았다.

 

 세호가 토끼가면에게 죽음을 당하고 든 생각은, 선생님의 아들(기형아로 태어나 지하실에서 키워지며, 학생들에게 구경거리가 된 아이 었다.) 이 학생들을 하나하나 죽이는 영화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선생님에게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해하려 들면 아들이 나타나 한 명씩 지하실로 끌고 가 죽이는...? 나도 쓰면서 이해가 안 되는데 아들은 자신을 지하실에서 키운 엄마를 원망하기보단 사랑해서 아무리 자신의 엄마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해하면 안 된다. 아무리 선생이 나쁘더라도 그런 짓을 하면 호되게 당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인가(?) 싶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내용 아님)

 

 미자 대신 선생님 씻기다가 익사시킬 뻔 한 은영이도 죽고(이때 카메라 액팅은 괜찮았다. 진짜 보면서 오! 이건 좋은데?? 싶었던 장면이었다.) 달봉이도 체육대회 때 신었던 신발은 간직하다가 선생님 배 위에 놔둔 뒤에 죽음을 당하고... 개인적으로 달봉이 장면이 제일 싫었다. <미이라>를 안 봤던 이유가 벌레였는데 여기서도 벌레가... 귀에 들어가니 정말 죽을 맛^^... <미이라>에선 붕대로 감겨있으니 벌레와 떼로 갇혀도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뭔가 직접적으로 닿는 건 아니니까..? 기어 다니는 게 느껴지는 건 같긴 한데 뭔가 달랐다. 벌레 진짜 너무 싫어...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 두 사람의 죽음을 보고 나의 추리가 더욱 굳건해졌는데... 그랬는데... 명호랑 정원이가 지하실에서 몸싸움을 벌일 때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다. 그 상황에서 범인, 그러니까 토끼 가면은 정원이었어서 어차피 내 추리는 틀렸었는데 이 장면을 곧이곧대로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게 미자의 자작극이 아닌가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ㅎ (영화 다 끝나갈 때쯤 눈치챈 멍청한 나...) 

 

 앞에 나온 모든 내용은 미자가 꾸며낸 이야기고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던 상처들도 모두 미자 한 사람이 겪은 것이었다. 얘기를 하나하나 듣고 있자니 눈물이 났다. (학생들이 얘기를 풀어갈 때부터 코가 시큰하긴 했는데 정리해서 들으니 진짜...ㅠ) 초반에 선생이 식탁에서 한 말이 있다. 정확히 받아 적지는 못했는디... 친구한테 듣기 좋은 말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본인의 모토였겠지 그게. 본인은 학생이 발전하길 바라서 그런 말과 행동을 했겠지만 그게 어린아이들에겐 얼마나 상처였을까. 심지어 좋은 조언을 해준 것도 아니다.

 

 미자가 당한 것을 인물에 대입해서 정리해보자면, 세호와 은영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구박을 받았다. 특히나 은영이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에 선물을 사줄 돈이 없어서 커다란 종이에 하트를 그리고, 선생님 사랑해요를 빼곡히 적어 드렸는데 선생님은 그걸 보더니 이게 뭐냐며 학생들이 있는 앞에서 은영이에게 창피를 주었다. 달봉이는 체육대회 때 릴레이 주자를 뛰다가 넘어졌는데, 선생님이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뺨을 때린다. 그 후에 오리걸음을 시키고 장애인이 되는데 이건 미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순희는 신체검사날 선생님에게 살이 이게 뭐냐며 놀림을 받고 그 뒤로 거식증에 걸리고, 외모 강박증을 갖게 된다. (미자는 체중계가 고장 나서 측정이 안 되는 건데 선생님이 네가 뚱뚱해서 체중계가 고장 났다며 구박했던 것으로 기억... 그저께 봤는데 안 적어 놨더니 벌써 가물가물 체중계가 고장 났다는 얘기를 확실히 하긴 했다.) 그리고 정원과 명호, 정원은 교실에서 변을 참지 못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실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뒤에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그 뒤로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명호는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적혀있는 대로 써보자면 선생님을 탄원했다가 어머니가 정신병자로 몰렸다고 한다.

 

 달봉이의 절름발이, 순희의 거식증과 외모 강박, 명호의 어머니가 겪은 것은 미자가 실제로 겪은 것이 아니지만 나머지는 미자가 다 겪은 것이다. 미자가 교실에서 변을 본 게 아니라 밖에서 나는 논두렁 냄새가 생리에 섞여서 친구들이 오해를 한 것인데 성인이 돼서 학생을 감싸주지 못할 망정 더 부끄럽게 만든 것이 너무 화났다. 초경인 거 몰랐겠지 미자가 말한 것도 아니니 몰랐을 수 있어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 조치였나... 그걸 본 어머니가 화가 나서 학교에 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미자는 불행 속에 살게 된다. 시발ㅠ 쓰면서도 화남... 쓰면서 생각난 건데 명호와 정원을 동시에 지하실에서 보여준 이유는 미자가 같은 날에 겪은 일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ㅎ

 

 어린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냄새를 잘 못 맡은 코가 죄이고

잘 못 본 눈이 죄이고

잘 못 알아들은 귀가 죄이고

섣불리 떠들은 입이 죄겠죠.

하지만 당신은 같은 여자로서, 선생님으로서 좀 더 신중했었어야죠.

 

 마지막에 미자가 선생님에게 한 말인데 이 말에 맞춰 친구들이 고문당하는 것을 보여줬던 것 같다. (순서대로 입, 눈, 귀였다. 코는... 왜 없었지? 명호도 눈이었고 정원이 다친 것도 목이었다.) 이것도 뇌피셜이지만 이렇게 보니 친구들이 당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죄는 없지만 본인은 못 사는데 떵떵거리며 잘 사는 꼴이 미자는 고통스러웠겠지. 가해자 옹호가 아니라 그냥 영화 내용상 이해한다는 것..!

 

 친구들이 사는 것이 행복이면 본인과 선생님은 죽는 게 행복이니 죽이지 않은 것까지 정말 완벽했다. 이해가 가서 더 슬펐다. 나도 사는 게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하니까... 미자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ㅜ 가상의 인물이지만 정말 안아주고 싶었다. 고생 많았다고, 너는 전혀 잘 못 한 게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다 보니까 DVD 소장하는 게 전혀 찝찝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 없이 잔인한 그저 그런 공포영화였다면 바로 되팔았을 테지만 이 영화는 어딘가 엉성하긴 해도 정확히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잔인하고 실패한 슬래셔 영화라고 욕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있는 슬픈 영화였다. 

 

 그래도 아쉬운 것을 써보자면 초반에 말한 카메라 워킹과... 공포영화지만 긴장감이 없었던 것? 공포영화에 필수로 등장하는 음산한 음악이 이 영화에는 없었어서 그게 정말 아쉬웠다. 학생들의 과거도 선생님에게 복수를 시도할 때 짤막하게 나오는 것도 그렇고.. 특히나 명호는 몇 번이나 헛것을 보고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난 아직도 그게 대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명호의 과거도 입으로 설명해준 적이 없고, 친구들도 넌 대체 여길 왜 왔냐고, 선생님은 너만 예뻐한다고 말만 해서 존재의 이유를 몰랐다. 다른 친구들도 그렇지만 명호 서사가 너무 부족했다.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세지가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도 어렵게 설명된 건 아니지만 다들 잔인함에만 초점을 두고 얘기하니 너무 속상하다.ㅜ

 

 마지막으로... 공포영화는 널리고 널렸지만 이 영화를 꼭 봐야 했던 이유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어서였는데... 아역으로 출연해서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초 나왔나? 심지어 뒷모습으로 나와서 얼굴 못 봄^^ 중반쯤 보다가 엥 대체 누구 아역으로 나온겨 하고 다시 필모 찾아봐서 아~ 누구 아역으로 나왔구나 알아냈다. 영화를 보고 찾은 게 아니고 영화에서는 끝까지 못 보고 네이버로 알아낸 게 참.. 슬프다... ㅠ 

 

 

 

 

 아쉬운 대로 크레딧 이름만 겨우 찍었다. ㅠ (데스크탑이랑 노트북에 씨디롬이 없어서 티비에 플스 연결해가지고 봐서 사진이 매우 예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어린 은영 단역은 문가영 배우네 오 아역 출신이었구나... 처음 알아감..... 아 그리고 영화 보면서 와 정원이 진짜 내 취향이다 싶어서 검색해보니 장나라 오빠셨구나 가끔가다 사진 본 적은 있는데 제대로 기억을 못 했어서 못 알아봤다. 근데 진짜 잘생기셨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 영화였다. 그리고 간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 봐서 좋다. 다음번에 보면 아역 나올 때 프레임 단위로 멈춰서 확인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