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도 부천영화제에서 봤었어야 했는데 티켓팅 실패 이슈로 이제야 보게 됐다. 개봉한 지는 꽤 됐는데 갑작스런 계엄령 여파로 영화가 손에 잡히지 않아 정신 차릴 때쯤 되니 일반 상영관에선 다 내려가고 독립영화관에서만 조금씩 상영하고 있었다. 

 

 이왕 볼 거면 GV가 있는 회차로 보고싶어서 예매했는데 모노판이 아닌 컬러판 상영이었다. 모노판을 기본으로 상영했었기에 살짝 걱정됐지만 영화를 느끼는데 모노, 컬러 순서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감독님의 답변에 안심하고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현재 살고있는 월세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주인공은 친구의 도움으로 월월세를 내어 간신히 집을 지켜낸다. 월세가 아닌 월월세는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임대인이 되기에 계약이 복잡해져 실질적 주인인 집주인조차 쉬이 건들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계약관계가 이야기의 주 키워드가 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어 준 월월세는 점점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자신이 유토피아로 가는 길에 방해가 되고 만다.

 

 계약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이 다른 공포로 다가올 수 있어 놀라웠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실 제일 꼭대기에 있는 도시청들은 밑에서 개처럼 싸워도 이 도시에 가둬두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마인드기에... 근미래적인 배경이지만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다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굴레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난 월월세 부부가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저승사자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징하게 살아남는 바퀴벌레 설정이었단 게 충격이었다. 그래서 더듬이 같은 모자를 계속 쓰고 있었나 보다.

 

 컬러버전은 전체적인 톤이 녹색빛인데, 수조 속 이끼를 표현했다고 한다. 결국 이 거대한 도시도 탈출하지 못하면 스스로 어항을 나갈 수 없는 물고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원작과 다른 부분이 몇 있었는다. 첫째는 집주인의 나이(원작은 할아버지 영화는 꼬마아이)인데 솔직히 각색한 게 요즘 현실 같아 더 공포스러운 부분으로 다가왔다. 아등바등 모아봤자 원래 돈 많은 이를 따라잡을 순 없다는 것 같았달까...

 

 두 번째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AI 화상통화로 홀로그램과 대화를 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소리로만 듣기보다 실제로 대화하며 기싸움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주인공의 친구는 최하층인 천장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늘 쭈그려 앉아있었다. 그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진 그냥 찐따컨셉인가 싶었는데 허리를 피고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계속해서 비춰줘 좋았다.

 

 결국 유토피아로 떠나지 못 한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난 사실 천장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잠시나마 꾼 다디단 꿈에서 점차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분께서 볼 때마다 결말이 바뀐단 얘기를 하셔서 신기했다.

 

 내리기 전에 흑백 상영을 보면 좋겠지만 체력이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OTT에 들어온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너무나 좋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