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8 - 간호중

※ 스포일러 있음

 

 

 

 

 유투브 보다가였나 야구 보다가였나... 광고로 SF8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딱히 관심은 없었다. 광고에서 기억나는 건 여자가 앉아서 소리 지르던 거? 자극적이게 다가와서 이상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다. 그렇게 잊힐 즈음 인터넷에서 소설 <우주인 조안>이 드라마화됐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SF8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솔직히 내용 자체는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근데 이상한 드라마가 아닌 걸 알게 되니까 드라마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느낌인지!

 

 <우주인 조안>을 먼저 보긴 했지만, 순서대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간호중 부터 써보려 한다. 사실 후기가 너무 밀려서 3편인 조안과 1편인 간호중밖에 못 봤지만ㅠ 조안 비공개로 써놓고 얼른 다른 것도 봐야겠다...

 

 <간호중>에서는 간호로봇이 주요 소재인데 가격에 따라 돌볼 수 있는 인원이 달라진다. 간호로봇이 필수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편함을 얻기 위해 구매하는 것인데 간호로봇이 환자를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는 돈은 돈대로 들고 환자는 나아지지 않으니 가난한 사람은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극 중에서 가난한 부부가 나오는데 남편이 정신이상자다. 나날이 상태가 이상해지는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가 참다못해 숨통을 끊으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간호로봇이 환자를 지키기 위해 보호자를 힘으로 제지시킨다. 그 뒤에 바로 아내가 병실에서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로봇에게 살려달라고 말을 해도 간호로봇의 케어 대상이 아니라 (가난해서 환자만 케어할 수 있는 1인용 로봇으로 구매했다.) 도움을 받지 못한다. 가난하면 제약이 많다는 것을 항상 느꼈지만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근처에 있었다면 아내는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었을 텐데 감정 없이 자신의 일만 수행하는 로봇을 보고 있자니 정말 ...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드라마가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풀어낸 건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로봇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금해서 돈을 내주거나 정부가 비용을 일부 지원해줄까? 그건 또 모르겠는데 된다고 하더라도 하나 살 수 있는 로봇의 비용만 주겠지.. 그러면 정말 돈 없는 사람들은 1인용으로 생활 할 테고 저런 상황은 막을 수가 없다. 정말 착잡하다. 본지 꽤 됐는데도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떠오르는 방법이 없어서 슬펐다. 간호로봇 자체가 어디서 지원해주는 게 아닌 사기업에서 만들어진 상품일 뿐이고 정말 돈이 없기에 일어난 일이라서... 돈이 없으면 본인이 시간을 쏟아 간호를 해줘야 하는 거다. 그러면 모든 생활을 멈춰야 하고 겨우 얻던 수익도 없어질 거고... 가난의 굴레는 왜 이리 지독한 걸까ㅠ 정말 암울해졌다.

 

 이게 주 내용은 아니고 더 써봤자 같은 말만 되풀이 할테니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 본다. 주인공은 다행히도 본인과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2인용 로봇 보호자다. 2인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케어 대상만 늘어난 것이라 환자의 상태는 바꾸지 못한다. 돈만 더 있을 뿐이지 힘든 건 똑같이 힘들다. 안 그래도 힘든 주인공이 앞서 얘기한 부부의 소식을 듣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주인공의 상황이었어도 미래가 밝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환자는 식물인간 어머니다. 가만히 누워있기만 한 환자를 언제까지고 바라볼 수 있을까? 10년이나 지났는데... 솔직히 난 10년도 버틸 자신 없어서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주인공도 그랬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보였다.

 

 간호로봇도 분석을 통해 주인공의 상태를 감지했다. 여기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이 케어해야 하는 사람을 둘. 한 명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환자. 다른 한 명은 그 환자로 인해 위태로워지는 보호자. 내가 로봇이었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이런 소재는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로 나오는데 볼 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어렵다. 그냥 놔두자니 잘 살 수 있는 보호자가 죽을 것이고, 환자를 편히 보내고 보호자를 살리자니 살인이고... 그래도 내가 간호로봇이면 좀 더 우선순위에 있는 환자를 케어하지 않았을까 싶다... 보호자가 위태로운 것을 파악하긴 했지만 위치 파악도 안 되는 보호자를 찾아 막기 위해 환자를 내팽개쳐두고 떠나는 것은 정말 간호로봇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간호로봇은 나와 반대되는 선택을 하는데... 이게 참 뭐가 옳다고 할 수 없으니 그렇구나... 그런 선택을 했구나 하며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간호로봇이 보호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이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왜 들어갔을까? 이 선택은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기 위함일까? 로봇이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한 행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환자의 산소 주입 기계를 꺼버림)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지만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위화감을 들게 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직 감독 코멘터리를 보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간호로봇은 보호자와 생김새가 똑같게 나오는데 환자들이 좀 더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애초에 전자는 드라마에서 다루는 내용이 아니지만 디테일한 설정을 위함이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어서 궁금하다. 위화감은 확실히 느꼈다. 어쩌면 보호자의 이중적인 마음을 똑 닮은 간호로봇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고... 옆 호실 아내는 남편을 해하고 싶다가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주인공은 어머니가 없으면 자신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내면의 마음을 표현한 것... 이 부분은 다른 리뷰를 더 찾아봐야겠다.

 

 수녀가 간호로봇에게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 가다가 갑자기 왜 종교가 낄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로봇이 카인과 아벨의 내용을 읊었다. 그렇다... 이것도 성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다. 정말 이놈의 종교 싫다가도 흥미로운... ㅠ 카인과 아벨의 내용을 정확히 몰라 끝나고 읽어봤는데 솔직히 읽어봐도 수녀님이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추측으로는... 로봇의 전원을 끄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앞에서 간호로봇이 전원을 끔으로써 살인을 저질렀기에, 수녀님이 로봇의 전원을 끈다면 똑같이 살인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 뭔가 자신이 없다... 이것도 다른 리뷰를 보며 이해하는 걸로...

 

 아담이 그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 하와가 잉태하여 가인을 낳고 이르되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하니라

 그가 또 가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아벨은 양 치는 자이었고 가인은 농사하는 자이었더라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 제물은 열납 하셨으나

 

가인과 그 제물은 열납 하지 아니하신지라 가인이 심히 분하여 안색이 변하니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쩜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찜이뇨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리느니라 죄의 소원은 네게 있으나 너는 죄를 다스릴찌니라

 

 가인이 그 아우 아벨에게 고하니라 그 후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가로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이니까

 

 가라사대 네가 무엇을 하였으냐 네 아우의 핏 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네가 밭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가인이 여호와께 고하되 내 죄벌이 너무 중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찌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가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않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만나는 누구에게든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

 

 가인이 여호와의 앞을 떠나 나가 에덴 동편 놋 땅에 거하였더니

 

 -> 그런데 이 성경 구절을 읽다 보니... 이게 인류 최초의 살인이고 질투에 관한 이야기라는데 여호와가 차별하여 벌어진 일이 아닌가...? 카인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카인에게만 벌을 내리는 것을 보니 참 헛웃음이 나온다. 며칠 전에 본 <스승의 은혜> 생각도 나고... 신이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 세계관의 으뜸이자 모든 것을 창조한 여호와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구요ㅠ 이야기를 위한 것이라도 이걸 믿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게 참... 뭔가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가독성 진짜 대박... 이거 다 읽는 건 정말 무리겠다... 읽고 싶은데 진짜 안 읽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