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 : 귀신놀이

 

※ 스포일러 있음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멸하는 이들을 하이틴 공포로 풀어내고 싶었다던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정통 공포영화와는 살짝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겉으로 보면 정석 코스를 밟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다르게 느꼈던 것은 첫 번째로 한이 맺힌 것이 귀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귀신이 아닌 자영이 한을 맺고 제 언니를 다시 만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제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 언니에게 몸을 빌려줄 양동생을 포함한 다섯을 유튜브 공모전이라는 대회 아래서 꼬드겼다.

 

 여기서 웃긴게 주인공인데 다섯 명이 다 언니와 엮인 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언니는 어릴 때 자신과 놀다가 욕조에서 헛디뎌 비극을 맞았기에 나머지 다섯과 언니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의 죄라면 양동생은 언니 대신 가족구성원이 됐다는 점이고 나머지 넷은 그냥 언니를 잊고 자신만 생각하고 살라며 위로해 줬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언니는 죽어서 슬퍼하는데 쟤들은 하하 호호 웃고 있는 게 싫다고 했다. 그야말로 늬들만 좋지 맛 좀 봐라 스타일인 것이다.

 

 두 번째는 악령을 불러내는데 오컬트적인 퇴마가 아니라 귀신에게 잡아먹히는 끝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먼저 설명해야 하는게 있는데 악령의 정체다. 악령의 이름은 가미긴(혹은 사미기나)으로 솔로몬의 72 악마 중 한 명이다. 그는 쉰 목소리를 내며 질문의 답을 해주기도 하는데 그 특징을 이용하여 아이들은 악령에게 자신이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질문한다.

 

 영화에선 답변이 이루어지면 순서대로 목숨을 빼앗겼는데 그 과정에서 악령은 전혀 위기가 없었고 주인공을 포함한 아이들만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학살을 당한다. 악마임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겠지만 알았어도 이런 결말이 났을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영혼 액기스가 담긴 물이라고 좋아했는데 실상은 악마였다는 점이 어이없었다. 귀신의 탈을 쓴 악마라니 넘 웃기잖아...

 

 GV답변으로 얻은 것이긴 한데 여기서 또 재밌는 포인트가 있다. 앞서 말했듯 답변이 이루어진 순간에 죽음을 맞는다. 그중 동준은 자영(주인공)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냐고 물었고 가(可)라는 답변을 받는다. 영화에선 모두가 답변이 이뤄지고 죽었기 때문에 정말 자영은 동준을 사랑했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영은 동준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이용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뤄졌다고 판정이 난 것이다. 귀신에 씌지 않은 제 정상인 자영의 손에 죽었기에 자영이 강령술을 위해서 강제로 답변이 이뤄진 것처럼 상황을 꾸며낸 것인가? 싶지만 감독님 피셜, 악마의 눈으로 봤을 때는 얘네가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답변이 됐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거다. 이 답변을 듣고 의문은 해소됐지만 저 가미긴은 바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웃겼다.

 

 이외에도 크게 점프스퀘어가 없다는 점, 오직 밀실 스릴러로만 이뤄져 있다는 점이 영화의 특징인데 솔직히 무섭냐고 물어보면 무섭진 않았다. 애초에 난 무서움을 느끼는 역치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크게 쪼이는 점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영화 입문으로 가볍게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음~~~ 근데 제일 무서웠던 건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연입장을 시켜 몰입을 계속 방해시켰단 점이다. 이건 정말 최악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