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8 - 우주인 조안

※ 스포일러 있음

 

 

 <우주인 조안>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에, 자신이 항체를 맞은 C(Clean)인 줄로 알고 살아왔던 이오가 오래 살지 못하는 N(Non-Clean)인 조안이 대학에서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잘 살다가 갑자기 운명의 장난처럼 시한부 인생을 살게되는 이오의 기분은 어떨까? 난 애초에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하고, 저렇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재미를 느끼지도 않을 것 같아 얼른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지~ 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절망적일 것 같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고... 제대로 확인 안 한 의료인들을 죽기 전까지 저주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버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이오와 진짜 이오는 역시나 달랐다. 절망스러운 마음을 가지고야 있겠지만, 본인 대신 항체를 맞은 사람을 찾고 학교에 유일한 N인 조안과 N처럼 생활도 해보고 진짜 더러울 것 같은... 미세먼지 비도 맞고... 참 신기한 게 N의 생활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똑같은데 미세먼지가 가득한 세상에서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저거...! 미세먼지 범벅의 토스트인데...! 이러면서 더러워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웃겼다. 상황이 달라져서 병균 덩어리(?)가 맞기는 한데 내가 도와줄 수도 없으면서 화면 너머로 딱하다 하고 있으니...😑 개인이 해봤자 드라마틱한 변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에 이런 상황을 겪고 싶지는 않으니 환경보호에 힘써야겠다... 조안아...! 이오야...! 내가 노력하께...!! 너희들이 사는 세상이 좀 더 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

 

 조안은 특이하다. 자신과 같은 N들은 일찍이 교육을 마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로이 사는데, 조안도 그게 맞기는 한데 방식이 특이하다. 하고 싶은 게 공부라니.. 나같이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다. 나도 배우고 싶은 거 많고 하고 싶은 거 많기는 한데 욕심만 드럽게 많고 머리와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다르게 말하면 실천력이 좋은 똑똑한 사람이다... 정말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조안과 이오가 N의 서식지(?)를 이곳저곳 다니는 장면이 많은데, 조안에게는 평범한 일들이 이오에게는 일탈이 되고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저쪽 세상에 C들은 몸에 좋은 것만 먹고 몸에 나쁜 행동들은 절대 하지 않는데 그렇게 제약이 많은 생활을 하며 길게 사는 건... 좋은 걸까? 몸에 나쁜 게 자극적이어서 많이 먹으면 안 좋은 것은 맞지만 온갖 자극적인 것을 다 맛본 내가 보기엔 너무 지루하고 로봇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서 괜히 안타까웠다. 오히려 할 거 다 하고 사는 N들이 훨씬 좋아 보였다. N들 중에서 예술적으로 부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래야 되는디... 난 글렀다...

 

 원작에서는 이오가 남자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여자로 나온다. 이게 참 좋았다. 둘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서로 시그널이 생기는 때가 많은데, 여기서까지 남녀로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서로 손을 잡고 맥박을 재는 장면... 남녀로 했어도 나야 뭐 잘 봤겠지만 여여로 바꿔서 조금 더 긴장감이 느껴지고 섹슈얼하지 않지만 가슴이 더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 뒤에 나오는 대사도 나를 벅차오르게 만들어 좋았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어 여행도 못 가는 세상에서 별을 보게 되는 기분은 어떨까? 둘은 진짜 별을 본 게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여겼다는 게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진짜 사랑이라는 건 남들이 보이게 별 거 아닌 일이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할 때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어 신기하다.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매 순간 실실 웃고 다녔던 나도 떠오르고... 로맨스는 정말 지켜보기만 해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어 좋다.

 

 이오가 자기 대신 항체를 맞은 사람을 조안과 찾으러 다니는데 사실 그게 조안이었고, 그 사실을 숨긴채로 함께 지내왔다. 그리고 끝끝내 말하지 않고 숨기는데 이것도 좋았다. 말해봤자 이미 지나간 일인데 조안에게 죄책감을 주고 싶지도 않았을 거고, 같이 지내보면서 조안이 좋은 사람인 걸 알게 됐으니 이오는 전혀 후회하지 않았을 거다. 결국 본인도 수술 성공해서 금방 죽지 않게 되었고... 그 뒤로 만나지 못하는 게 나로서는 정말 아쉽지만 계속 지내다 보면 이오가 거짓말한 것을 알게 될 것이기에 그런 판단을 한 거겠지? 로맨틱하면서 안타깝다 ㅠ.. 둘 다 우주 항공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좋았을 텐데... 조안이 오래 살게 된 건 좋지만 이오를 평생 볼 수 없게 되는 건 슬프다... 그래도 그런 일이 없었으면 둘은 친해지지도 못했을 거고 조안은 몇 년 뒤에 삶을 마감했겠지 어떤 상황도 만족스럽지 않다 흑...

 

 로맨스는 정말 좋은데 리뷰를 쓰기가 어렵다. 할 말은 많은데 뭔가 쓸데없는 말을 구구절절 꺼내게 되어 지우고, 지우다보니 또 할 말이 줄어들고 많이 쓰면 나아지겠지...? 더 열심히 쓰고 더 열심히 봐야겠다. 나도 조안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