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t

 

※ 스포일러 있음

 

 

 집에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잠깐 뭐 사러 나가지도, 카페에 앉아 종이를 끄적이며 멍 때리기도 못 하는 코로나 때문에 챙기지도 않던 크리스마스를 챙기게 되었다. 케이크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기념이랍시고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영화를 보기. 이브날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세 번째 보았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안 본 영화를 보고 싶어서 찾다가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어있는 영화 중 궁금했던 <렌트>를 보기로 결심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던 건, 'Santa Fe'라는 곡이 좋다... 이정도 뿐이었다. 제일 유명한 'Seasons Of Love'는 이름만 알지 들어보지는 못했다. 근데 듣고 나니까 왜 유명한지 확 느껴졌다. 시작부터 무언가 뭉클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연관됐다 연관됐다 생각을 하며 봐서 그런가 크리스마스에 듣기 좋은 곡이라고 생각도 되고... 그냥 뭔가 연말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곡이다. 

 

 

 내용은 가난한 젊은이들의 삶이야기 정도로 축약할 수 있는데 인물의 절반이 에이즈를 앓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내일은 없어! 오늘을 즐겨야 해! 를 엄청나게 강조한다. Noday But Today! 보기 전에는 <밑바닥에서>처럼 처절한 삶을 그렸을까 생각도 했는데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어서 신기했다. 한없이 우울하고 땅파는 <밑바닥에서>는 이해하기도, 보기도 힘들었는데 (몇 번 읽었는데도 지금은 거의 기억도 안 난다...) 이걸 이겨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나도 너무 땅 파지 말고 무엇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솔직히 말해서 캐릭터들을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깽판(?)치고 돌아와 회식하는데 신발을 신을 채로 식탁에 올라가고 춤추고 하는 장면 연출된 장면이란 것을 정말 잘 알지만... 너무 눈살 찌푸러져서 이러니까 아무리 가난해서 밥을 쫄쫄 굶어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것 같았다. 도와줘도 돌아오는 것은 저런 난해하고 불쾌한 행동이 돌아올 것 같았다고 할까... 이건 내용에 주된 것은 아니니까 그냥 여기서 넘기겠는데 그냥 그 정도로 너무 불편했다. 보헤미안이 뭔데... 보헤미안이면 그렇게 해도 돼?ㅠ 난 싫어... 가난한 예술가 어쩌고는 다 핑계 같고요..

 

 제일 짜증 났던 건 로저와 미미였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말한다 말한다 노래를 그렇게 부르면서 정작 서로에게 말을 한 것은 없다. 그냥 알고 있어~ 마음으로 느끼고 있어~ 말하면서 알아서 말해주기를 원하고, 말 안 해주니까 서로 곪아서 터지고...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고...ㅋㅋㅋㅋㅋ 진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는 황당한 커플이었다. 진짜... 진짜 너무 속 터짐... 그냥 이들은 엔젤을 돋보이기 위한 기폭제 같았다. 진짜 아니!!! 말해줄게!!! 그랬잖아!!! 이 답답한 것들아!! 실제로 주변에 있다면 한 대씩 쥐어박아 주고 싶은 캐릭터들이었다.

 

 모린과 조앤은 뭐... 사랑, 특히나 결혼은 서로의 단점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사느냐가 중요한데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면서 남의 단점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둘... 그런 면에서 정말 닮았지만 단점이 너무나 극과 극이라 끝까지 재결합 못 한 게 이해가 됐다. 그리고 난 정말 결혼을 못하겠구나 싶었다. 난 남은 평생을 남과 함께 살고 배려해주는 게 정말 정말 싫다. 죽어도 혼자 살아야지... 서로 양보하며 사는 게 제일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한 명만 죽어라 양보하고 속으로 꾹꾹 참고 있을 게 뻔하고 물론 참는 쪽이 나일 게 분명해서 정말 싫다. 모린과 조앤이 함께 살았다면 참는 쪽은 조앤이겠지... 모린은 정말 조앤을 사랑하는 거였을까? 좋은 파트너로만 생각하고 그 이상의 깊이는 보이지 않았다.

 

 엔젤... 드랙퀸이란 설정은 정말 싫고 정말 다른 작품에서도 입 아프게 말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걸 빼고 보면 모르겠다... 다른 애들이 너무 임팩트가 커서 그런가...? 다른 친구들이 왜 그렇게 엔젤에게 의지하고 좋아했는지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서 어려웠다. 힘들 때 엔젤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 돈으로 작년 월세를 갚은 것도 아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아서... 왜 엔젤만 죽었을까...? 이름을 엔젤로 설정한 것도 그렇고 정말 뭔가 있는 건 알겠는데 생전 모습을 많이 안 보여줘서 그냥 그런갑다하지 엔젤!! 어흑흑... 너무슬퍼... 이런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장례식 장면에서 울컥했던 건 그냥 친구들이 한 명씩 돌아가 엔젤을 회상하는 게 좋아보였고, 최고의 추모라고 생각되어 그랬던 거지 엔젤이 죽어서는 아니었다. 이 부분이 쫌 아쉽네...

 

 마크랑 콜린은 크게 결핍된 사람이 아니어 보여서 뭔가 쓸 말이 없다. 그래 이런 정상적인 친구들도 필요하지 다 미치면 어떡혀... 콜린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좋았다. 나도 그런 사람 만나고 싶은데 나를 그렇게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나긴 할까? 조앤과 미미가 콜린을 부러워하는 장면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저런 사람... 만나기 힘들겠지...? 흑...

 

 엔젤이 죽은 뒤 미미가 로저와 헤어지고 모두들 흩어졌다가 죽어가는 미미를 발견해 다들 재회를 하는데, 그제서야 모든 것을 말하는 로저... 미미는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가 의문이 들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엔젤이 나중에 오래서 살아나는 장면은 참 급전개로 느껴졌지만 그정도로 엔젤이 모두의 정신적 지주였고 죽어서도 지켜주는 진짜 천사가 된 건 좋았다. 애초에 의도한 것이겠지만... 서사가 아쉬웠지만 크리스마스에 빡치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얼렁뚱땅 매듭 지었으니 됐다ㅎㅎ

 

 아 영화에서 Santa Fe는 생각보다 임팩트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이지만!!! 지금 Seasons Of Love를 반복 재생 중이지만!!! 그렇다고...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도 관람하고 싶다. 올해는 볼 시간이 없었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