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8 - 증강콩깍지

 

※ 스포일러 있음

 

 

 <우주인 조안>은 로맨스긴 해도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소재였는데, <증강콩깍지>는 <우주인 조안>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스였다. 그렇다고 아예 생각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증강콩깍지> 속의 미래는 프로그램으로 복제 성형(?)이 가능하여 모두가 나의 도플갱어가 될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세상이다. 그 AI 의사가 잡혀가서 모두가 똑같은 얼굴이 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두 명은 그 의사의 피해자들이다.

 

 그 둘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날까 무서워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도 포기하고 끝끝내 연애도 못하게 된다. 그런 둘을 구원해주는 어플리케이션 '증콩' 증콩은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과 다른 얼굴을 가지고 데이트를 할 수도, 스킨십을 할 수도 있는 연애 어플이다. 이 둘은 그 가상세계에서 커플로 만나게 된다.

 

 현실에도 있는 데이트 어플을 별로 좋게 보지 않지만, 진짜로 이런 어플이 있으면 해볼 것 같다. 실제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내 마음에 드는 외형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마음이 맞아야 연애를 시작하겠지만 잘 만나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VR 미연시 아닌가... 로맨스 좋아하고 미연시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어플이다. 이상하거나 재미없는 사람 만나면 바로 도망가면 되는 거고 ㅎㅎ...(물론 나부터도 재밌는 성격은 아니다.)

 

 어플이 고장나고 가상세계에서 못 만나게 된 둘은 연락처도 없어 서로 앓기만 한다. 채팅 기능만 고쳐졌을 때도 누구 하나 선뜻 만나자는 약속을 건네지 못한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같은 얼굴이 여럿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알아보기 힘들 테니까 ㅠㅠ 그래도 지원은 그걸 이겨냈는데! 민준이는 왜! 그걸 못 이겨내서! 지원이를 바람맞게 만드냐고! 뭘 잘했다고 어플에서 뻔뻔하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둘의 취향이 잘 맞고 그런 건 상관없이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 콤플렉스를 가진 둘은 서로 밖에 의지 할 곳이 없으니 결국에는 다시 붙게 되고... 그게 참 안타까웠다. 복제 얼굴을 가졌지만 누가 봐도 잘난 얼굴이기에, 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외적으로만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뿐이라 깊은 만남을 이어갈 수가 없다. 심적으로 지치니 저런 허점이 있어도 이 사람뿐이 없다 생각하고 만나게 되는 것이 정말 슬펐다. 정말 제목처럼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달까...? 이 부분만 빼면 다 정말 마음에 드는데...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사건이라고 해도 민준이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싫지는 않았을 거다. ㅠㅠ 진짜 너무 싫었다.

 

 결국은 자신의 모든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꾼 두 명이, 더 치명적인 콤플렉스가 생겨 더더욱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끝끝내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참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인데 언제쯤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에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하다던데 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현재에 발을 디뎌본 적도 없는 것 같다. ㅋㅋㅋ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하루에 하나씩 할 일을 끝내고 점점 늘리는 걸로 시작해보자...

 

 지원과 민준이 평생 만나라고 하고 싶지는 않고 둘다 따로따로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