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하는 운명카드

 

※ 스포일러 있음

 

 

 <데드맨>을 다 읽고 난 뒤에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었다. <데드맨>도 그렇지만 제목부터 흥미로워서 고민 않고 구매하게 되었다. 구매는 바로 했는데 책을 지지리도 안 읽는 나는 읽어야 하는 책이 정말 많았어서 미뤄뒀다가 다른 책들이 안 읽혀서 드디어 읽게 된 책이었다.

 

 일주일동안 포커를 참여하고, 자기 운명을 거스르면 되는 간단한 규칙만을 지키면 되는 게임이었고 주인공 종민이 뽑은 것도 '살해하는 운명 카드'였기 때문에 정말 손쉽게 이기겠구나 싶었다. 평생 살인을 저질러본 사람도 아니었고, 20억이 달린 게임인데 아무리 죽이고 싶어도 참지 않을까? 터무니없는 카드라 주인공에게 뭔 위협이 있긴 하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당황스러운 전개에 놀랐다. 

 

 누군가 나에게 트라우마를 일깨우는 말을 하고, 그것을 버텨야 한다면 나는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돈이 걸린 상황이면 죽을 것 같아도 참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생각은 안 나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일 것 같진 않다. 때릴 것 같긴해도... 종민도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인 건 아니었다. 여러 사건을 겪고 안 그래도 약해진 멘탈을 아예 무너진 상황에 위협을 당했으니... 사실 나로선 종민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긴 해도 옆에서 멘탈 케어를 해 줄 사람도 없으니 본인 딴에는 방법이 없었겠지 안타깝다. 수령 방법을 달리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겠지만 현재의 종민은 자신이 죽으면 돈이 아무짝에 쓸모 없어지니 더 간절했을 것이다.  

 

 그런걸 생각하면 퀸이 정말 대단했다. 퀸의 운명 카드는 '살아남을 운명 카드'였는데 난 그걸 받은 순간부터 멘탈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것이다. 돈을 받으려면 죽어야 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그냥 죽는 거면 몰라도 돈 받고 싶으면 죽어! 이런 협박의 느낌으로 다가와서 기분 나빠서 게임하는 내내 울었을 것 같다. 보는 즉시 당장 죽는 것도 안 되고, 끝까지 살아남았다가 죽어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돈이 뭐라고 나를 조종하나 싶어서 오히려 더 굴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퀸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종민을 속이고 자신을 죽이게끔 만들었다. 그 계획을 세운 것에는 에이스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자살도 아니고 남의 손에 죽기까지 얼마나 생각을 많이했을까? 나로 대입해서 상상하면 정말 끔찍한데 그런 운명을 갖게 된 퀸이 참 불쌍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왔을 텐데 죽어야 가족이 행복해지고, 나는 이미 죽은 상황이라 확인도 못한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종민의 상황보다 더 견딜 수 없어서 도망쳤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주고 사람들을 괴롭힌 건데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악랄할 수 있나 싶다. 겉으론 표현 안 해도 속으론 얼마나 즐기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본인도 잡혀갈 걸 알았기에 시체 처리도 따로 했을 것 같고 참여자들에게 위치도 모르게 했던 걸 텐데 일말의 죄책감도 없을까? 돈을 줬기 때문에 문제없어!라는 마인드일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나중에라도 사람들 괴롭힌 만큼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

 

 캐릭터는 쓰레기지만 영화화하면 재밌을 것 같다. 주인공과 퀸의 심리전을 잘 담으면 정말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체들이 계속 나와 놀랄 수는 있지만 고어하진 않을 것 같아 많은 사람들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온지 오래된 책이지만 누군가 만들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