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 스포일러 있음

 

 

 사람들의 후기를 듣고 매번 후회하는 나이지만, 이번에도 무섭다는 평을 듣고 봐야겠다 생각한 영화였다. (오퍼나지 추천해줬던 분이 개봉했던 해에 추천해주기도 했었다.) 봐야지 봐야지 생각하다가 이 감독이 <유전> 이후에 만든 <미드소마>를 먼저 접해서 기대가 반감됐는데 포스터에도 쓰여있듯 무섭다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본 뒤에 판단하자고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

 

 애니의 어머니가 죽고난 뒤 어머니의 유품들을 확인하다가 강령술에 관한 내용이 적힌 책을 보게 된다. 애니의 어머니는 무언가를 소환하고 싶어 했고, 애니가 어머니 대신 귀신을 불러내서 파탄 나는 영화구나 추측했다. 추측한 것과 얼추 맞았지만 소환한 게 달랐다.

 

파이몬의 인장

 

 신화나 상상의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텀블벅으로 여러가지 책을 사뒀었는데(현재는 책장 한 켠을 차지하기도 하고, 비슷비슷해서 더 이상의 소비는 않으려 함.) 책을 폼으로 둔 탓에 애니의 목걸이와, 애니의 어머니 책에 있는 문양이 뭔지 몰랐다. 감독이 문양이 뭔지 몰라도 이해하는데 지장 없도록 파이몬이라고 써두어서 아~ 파이몬을 불러내려는 것이구나 생각했지 그 문양 자체가 파이몬의 상징인 것을 영화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리뷰 쓰려고 책 찾다가 알게 됐다.

 

 파이몬은 솔로몬의 72 악마 중 9위 악마이며, 루시퍼에게 매우 순종적이었다고 한다. 보석 박힌 화려한 왕관을 쓴 고운 남성의 얼굴을 갖고 있다. 모습이 매우 독특하다고 적혀있는데 내가 보이게 제일 멀쩡해 보인다. 다른 악마들이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라 그쪽 세계에서는 독특하다고 평가를 받는가 보다. 어쨌든 파이몬은 200개의 군단을 이끄는 건장한 남성이다. 

 

레메게톤(Lemegeton : 악마학 마도서)에 따르면 단봉낙타 위에 올라있는데 아름답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악마 무리와 함께 나타나며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학문에 능통하다.

 

-출처 : 검은 사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는데 이것만 보고 많고 많은 악마중 왜 파이몬이었을까에 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다른 리뷰들을 보면 알 것 같기도 한데 난 내가 리뷰 쓰기 전엔 다른 리뷰를 일절 보지 않는 타입이라... 일단 내가 추측하기엔 다른 72 악마들 보다 이끄는 군단이 압도적으로 많고, 인간 기준 제일 정상적인 외형으로 생겨서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계급이 왕이고 (뭔 기준일까?) 관장하는 영역이 분쇄, 폭주, 파멸이라고 써 있는데 음... 계급이 왕이라서 받들어야 하는 게 납득이 되기 때문인가 싶다. 책 보는 부분이랑 후반만 다시 훑어봐도 음... 너무 훑어본 탓인가 잘 모르겠다. 이건 끝나고 찾아보는 걸로...

 

 애니는 강령술에 관해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애니의 딸 찰리는 무언가 달랐다. 새의 목을 잘라 갖고 다니기도 하고 기괴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래서 찰리가 무언가 잘 못 소환하는 건가 싶었는데 초장에 자신이 자른 새처럼 목이 날아가 버려서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죽어버렸어...ㅠ 

 

 연이은 죽음으로 분위기는 더욱 안좋아지고 그런 애니에게 조안이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다가온다. 처음엔 예의 없이 길을 막고 말을 계속하길래 하느님에게 기도하자고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속의 분노가 차올랐는데 그냥 얘기를 들어준다고 하네.. 뭔가 찝찝한 마음을 안고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안이 애니에게 강령술을 알려주네...! 근데 여기서도 조안이 파이몬의 신도인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선량하게 돌은 사람인 줄..ㅠ

 

 조안에게 강령술을 배운 애니는 자신의 딸 찰리를 불러내는데 성공한다. 쓰면서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그게 진짜 애니가 맞았을까..? 조안이 알려준 것이니 파이몬의 영혼이 자신이 들어갈 몸을 찾기 위해 그런 주술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행동을 보이는 찰리에 겁먹어 찰리와의 연결고리인 수첩을 태우려다 자신의 몸에도 불을 붙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왠지 파이몬이 맞을 것 같다. 

 

 그 뒤에 애니가 남편에게 대신 수첩을 태워달라고 하는데 던진 남편의 몸에 불이 붙어 죽는다. 이때는 애니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미동도 하지 않은 애니를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파이몬에게 몸을 잡아먹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파이몬의 숙주가 될 아들이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천장에서~ 무서웠다는 글을 종종 봐서 천장에 뭐가 있구나 예상은 했는데... 아... 그전에 엄마가 방에서 개구리처럼 날아다니는 장면 보고 뒤집어져서 그 장면조차 무섭지 않았다. 아들 뒤에서 노리듯이 벽에 붙어있기도 하고 그러는데... 걍... 웃김... 천장에서 애니가 무표정으로 본인의 목을 계속 찔러대는 게 기괴해서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무표정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앞에 행동 때문에 그조차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연기는 되게 잘하는 것 같았다.

 

 결국 아들은 파이몬의 숙주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애니가 계기 없이 급변하는 것을 보니 100%라 생각한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오컬트 영화였다. 왓챠에 별점 주러 가서 딱 한 가지 리뷰를 봤는데 영화의 시선이 파이몬의 시선이라고 한다. 나중에 또 보게 된다면 (볼 게 많아서 언제 볼 지는 모르겠다.) 그걸 인지하고 보고 싶다.

 

 유전이라는 게 무슨 정신병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고 집안 대대로 파이몬을 받들게 되는 (포스터에 적힌 문구처럼 파이몬이 무작정 들어가는 것 같지만) 운명인데 겉으로 보기엔 그게 정신이상자로 보이니까 제목을 <유전>으로 한 것 같다. 이게 정신병인 건가...? ㅎ

 

 <미드소마>보단 훨씬 재밌게 봤지만 <미드소마>도 그렇고 <유전>도 그렇고 홍보를 사이비, 오컬트로 홍보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장르 자체가 공포니까 무서움을 강조하는 건 알겠는데 공포라고 이미 쓰여 있으니까 다르게 홍보해서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 그 자체가 스포가 되나...? 홍보란 어려운 것 같다. 이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보는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