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

 

※ 스포일러 있음

 

 

 최근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보지 못한 탓에 미루고 미뤄왔던 고전작품을 꺼냈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작품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봤는데 해가 지날수록 이 정도의 잔인함을 기본으로 깔고 가서일까? 그렇게 자극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스토리는 뒷전이고 잔인함이 증가된다고 하는데 잔인함만 있으면 그냥 포르노 그 자체란 생각이 들어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워낙 유명했기에 방송에서 패러디를 많이 하여 바닥에 누워있던 시체가 직쏘인 것은 알고 있었다.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면 더 재밌었겠지만 범인 유추가 쉽게 되기 때문일까? 알고 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어서 유추가 되기 쉬웠겠단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하나 헷갈렸던 것이 의사의 딸과 아내를 묶어놓고 협박하던 놈이었는데, 직쏘와 공범(이라기엔 그자도 게임 플레이어였지만...)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의사가 직쏘라고 생각한 경찰이 훼까닥 돌아버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동료가 당한 뒤에 더더욱 미친 사람이 되기는 하지만 멀리서 지켜볼 뿐,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지 않아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추리가 어긋났지만 멋진 (구) 경찰이었다.

 

 왓챠에 검색해보면 비슷한 영화로 <큐브>가 나오는데 잔인함만 비슷하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하여 왜 비슷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잔인한 영화는 널리고 널렸는데... 따지고 보면 <메이즈 러너>가 <큐브>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같은 게 있다면 트랩이 있다는 것..? 그렇지만 <큐브>는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공간에서 트랩을 피하여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쏘우>는 트랩을 풀어야지만 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다르다. 쏘우 5편? 인가에서 황산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트랩을 다 읽은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황산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를 테고... 음... 잔인함만으로 묶기에는 아쉬운 작품들이라 내가 괜히 억울하다.

 

 <쏘우>는 병약한 직쏘가 (병명이 뭔지 생각 안 남)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벌하는 스토리이다. 보다 보면 저 늙고 병약한 사람이 어떻게 저걸 다 했는지 의문이 들고... 나라도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하여 좋았다. 직쏘가 벌하는 사람 중에 의사와 같은 방에 묶인 친구는 왜 묶인 건지 잘 이해가 안 됐지만 말이다. (관음 어쩌고 얘기를 하긴 했는데 본인도 사람들 괴로워하는 모습 변태같이 관음 하는 주제에 뭔 벌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ㅎㅎ)

 

 위에서 무뎌졌기 때문에 잔인함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썼는데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관음 변태지만 생각보다 스윗한 면이 있어서였다. 반대로 열리는 덫을 머리에 쓴 여자가 동료의 뱃속에 있는 열쇠를 꺼내서 풀어야 할 때, 죽임을 당해야 하는 남자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약물을 과다 투여해서 자신의 배가 찔려 죽어도 아프지 않게 해 줬다. 그 장면을 설명하면서 바로 알려줬는지 먼저 서술하고 그 뒤에 알려줬는지는 메모를 안 해둬서 까먹었는데 그게 아니었어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내 배를 부여잡고 아프겠단 생각은 안 들었다. 그냥 그 설명을 듣고 진짜 스윗하다... 이런 생각만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쏘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의 딸 다이애나에게 무섭지 말라고(?) 곰인형을 갖다 주는 장면도 나오고... 비유가 이상하긴 한데 전쟁터에 핀 꽃을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륜을 해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떳떳하게 말하지 못 한 의사가 살아남은 것은 정말 빡치지만... 직쏘가 살아있는 2,3편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궁금해졌다. 4편부턴 직쏘가 죽고 난 후라 모방범죄의 느낌이 나 그냥 기분만 나빠질 것 같으니 3편까지만 보고 이 시리즈는 접어야겠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재밌었다!